정재영과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6년 만에 ‘카운트다운’으로 호흡을 맞춘 전도연은 팜 파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
볼살이 조금 빠진 얼굴에서는 오히려 상큼함이 묻어났다.
“(살이)잘 안 빠지고, 잘 찌지도 않는데 조금이라도 빠지면 티가 많이 나나보다”며 인사를 대신하는 말투 역시 가볍다. 시원하게 자른 단발형의 헤어스타일까지 어우러지면서 배우 전도연은 마냥 그 ‘전도연’인 듯했다.
전도연은 29일 개봉한 영화 ‘카운트다운’(감독 허종호·제작 영화사 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예의 발랄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스크린 속 전도연은 바로 ‘그 전도연’처럼 팔색조의 변신에 익숙하다. 정재영과 함께 2002 년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9년 만에 호흡을 맞춘 ‘카운트다운’ 속에서 그는 팜 파탈의 진면목으로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카운트다운’은 냉혈한 듯 보이는 채권추심원(정재영)과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거짓인 것처럼 보이는” 여자가 펼치는 긴박하면서 치열한 거래를 그린 영화다. 전도연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팜 파탈의 이미지에 걸맞는 외양, 완벽한 사기 행각으로 악명 높은 여자의 내면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낼 줄 아는 베테랑으로서 스크린에 나섰다. 그녀 스스로 “캐릭터에 빠져 작품 선택에 이처럼 많은 영향을 미친 건 처음”이라고 말하듯, 전도연에게 ‘카운트다운’ 속 여자는 딱 맞는다.
● 스스로 결정한 단발, 추운 날씨 속 물 속 연기…배우의 책임감
전도연은 “과연 이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것을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말 “나쁜 년일까”에서 시작된 고민은 “여자로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으로, 그리고 “17년 동안 버려둔 딸을 바라보는 모성”이라는 인간적 연민과 일체감으로까지 이어졌다.
“여자라는 단어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를 위해 스스로 감독에게 먼저 다가가 “단발로 자를까요?”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얇은 실크 원피스 차림으로 물에 뛰어들 용기도 그런 의욕과 일체감의 이해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영화 ‘밀양’을 촬영하면서 저수지에 뛰어들어 싸늘한 시체가 된 아들을 부여잡고 통곡하는 장면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진 경험이 있다. 하지만 낮은 온도의 물에 뛰어드는 건 배우로서 마땅한 책무이기도 했다. 그런 프로페셔널의 책임은 이제 엄마가 된 전도연에게는 낯선 것이 아니다.
● 최고의 엄마 되기 위해 아등바등…“정말 엄마란 존재는 위대”
그럼 엄마 전도연은 또 어떨까. 이제 세 돌을 넘은 딸은 둔 전도연은 “정말 엄마가 되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면서 “우리 엄마가 날 키워냈듯,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처럼 알았는데 결국 노력이 필요한 거였다”고 말했다.
그 노력 역시 쉽지 않다. 아등바등 잘 해보려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남편은 “너무 잘 하려 하지 마라”고 말하곤 한단다. 그만큼 아이에게도 최고의 엄마가 되려는 노력은 끊이지 않을 터, 전도연은 “엄마가 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며 웃었다.
‘카운트다운’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고민했다면, 현재는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한창 씨름 중인 것일까. 그렇다면 전도연은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하하하! 연기로 살지! …. 나란 배우는!”
전도연은 자신도 영화와 작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편의 영화를 개봉하기까지 과정이 좋다”는 그녀는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갖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연기와 작업의 경로가 주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 오로지 연기·가족 밖에 몰라…“전도연, 난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요즘 최대의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도 “일과 작품과 가족을 빼면 없다”는 답이 날아올 밖에. 그게 전도연이고, 그것이 전도연의 사는 방식이다.
그렇게 사는 동안 그녀에게 다가오는 ‘카운트다운’도 있을 법.
“음…. 인간이고 사람이다.”
“??”
“아이를 통해 (내가)인간이 덜 됐구나 생각하곤 한다.”
예의 애교 섞인 코웃음으로 활짝 웃는 전도연. ‘칸의 여왕’이라는 굴레 아닌 굴레에 갇히지 않으려 하고, 행여나 그것으로만 자신을 바라볼까 불만인 이 여배우는 “결코 난 변하지 않았다”면서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자신의 길만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