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소녀시대가 이번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어요.”(티파니)
소녀시대가 정규 3집 ‘더 보이즈(The Boys)'로 국내 무대에 돌아왔다. 그간 SM타운 프랑스 파리 콘서트, 소녀시대 일본 투어 등 해외활동에 치중했던 소녀시대로서는 지난 10월 발표했던 미니앨범 ’훗‘ 이후 1년 만의 복귀다.
소녀시대의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타이틀곡은 유명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에게 받았고, 이 곡은 19일 0시(한국 시간) 아이튠즈를 통해 전세계에 동시에 공개됐다. 뮤직비디오 역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동시에 공개되며, 정규앨범은 유니버설 뮤직을 통해 미국과 유럽, 남미에까지 발매된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이제 햇수로 5년차에 접어든 소녀시대가 내놓은 정규 3집이다. 기존의 소녀시대와는 다른 강렬한 티저 또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소녀시대가 말하는 이번 앨범의 컨셉은 ‘변신’이다.
소녀시대의 변신, 어디까지?
“이제 모두들 20대가 됐어요. 저희가 언제까지나 운동화 신고 청바지에 흰 티 입고 순수한 소녀의 모습으로 노래할 수는 없죠.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윤아)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SM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난 소녀시대는 ‘기존과 달라진 소녀시대의 모습’을 강조했다. 소녀시대는 이미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더 보이즈’의 티저를 통해 강렬하게 다리를 뻗는 동작으로 과거와는 다른, 다소 과격하고 섹시한 안무를 살짝 내보였다.
“다들 다리에 멍이 많이 들었어요."(수영)
"다음날 계단 오르내리기가 불편할 정도로 무리가 많이 갔죠. 아무래도 안 하던 동작들을 하다보니까… 저희도 욕심이 생겼고요.”(태연)
“이젠 강한 메시지와 에너지를 드려야될 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해하지 마세요. 무섭지 않아요.”(유리)
소녀시대가 데뷔 때부터 트레이드 마크로 삼아온 것은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군무’다.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에서 보여줬던 칼 같은 군무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춤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파워풀하고 그루브해요. 의상도 전처럼 단체로 똑같은 옷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서 각각 다른 옷이에요. 음악방송에 나갈 때마다 매번 다른 옷을 보여드릴 예정이기도 하고요.”(수영)
‘더 보이즈’에는 '자신감을 갖고 꿈을 향해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강렬한 비트에 어우러진 적극적인 랩의 활용은 이 노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소녀시대는 이 노래를 통해 멤버 9명이 모두 랩에 도전한다. 가요계의 흥행공식으로 굳어진 후크(반복 후렴구)도 없다. 소녀시대로서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사실 저희가 랩을 못하진 않았어요. 보여드린 적이 없을 뿐이죠. 평소에도 다들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 편이라서 불편하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효연씨가 비트도 강하고 그루브가 있어서 가장 멋있는 것 같아요.”(티파니)
“저는 오히려 좀 어렵게 느꼈는데, 다들 칭찬해주시더라구요. 제가 한 걸 들어보고 나서 사실 만족했어요.”(효연)
이번 앨범에는 ‘더 보이즈’ 외에도 발랄한 느낌의 ‘텔레파시’와 ‘세이예스’, 일본 정규 1집 수록곡 ‘미스터 택시(Mr.Taxi)' 등도 실려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수영이 작사에 참여한 발라드곡 ’봄날‘이다. 이번 앨범에서 소녀시대는 전 멤버가 작사에 도전했지만, 수영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멤버는 통과하지 못했다.
“날짜를 잘못 알아서 기한이 하루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채택이 됐는데, 처음 해본 작업이다보니 녹음 당일까지 가사를 여러 차례 수정하느라 다른 멤버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제목이 봄날인데, 사랑하는 존재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든 곡이에요. 그 대상은 엄마도 좋고, 멤버들도 좋고, 팬들이어도 좋겠죠.”(수영)
월드 앨범, 세계시장 본격 진출?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이슈는 미국 및 세계로의 진출이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겸 작곡가인 테디 라일리가 참여했다.
“엄청 딱딱한 분일줄 알았는데 굉장히 자유스러운 분이셨어요. 저희와 춤도 같이 추면서 편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좋았어요.”(서현)
소녀시대는 이미 중국과 동남아, 일본에서는 많은 활동을 했다. ‘다국어 아이돌’답게, 소녀시대는 ‘언어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 아직도 생각할 때도 영어로 하고, 급하게 말할 때는 영어로 자주 말하기도 해요. 그래도 다들 잘 알아듣거든요. 영어에 익숙한 거죠.”(티파니)
“영어이다보니 가사 처리가 쉽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곡 느낌, 가사 느낌을 살려서 발음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태연)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미국 진출이 장기적인 프로모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이제는 한국에서 좋은 컨텐츠를 발표해도 전세계적으로 전달되는 시대”라며 “월드 와이드 릴리즈 자체에 의미를 둔 활동”이라고 말했다. 우선 한국에서의 음악방송 활동이 주가 되며, 상세 진출 계획 자체는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 하지만 소녀시대는 “특별 무대나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보고 싶다”며 꿈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원더걸스가 ‘노바디(Nobody)’로 빌보드차트 싱글차트 100위 안에 든 바 있다. 소녀시대는 현재로선 이 같은 구체적인 욕심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음반을 낸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고, 기쁘고 영광스러울 뿐이에요. 그 이상의 기대는 없습니다.”(태연)
사진출처=SM엔터테인먼트
데뷔 5년차, 힘들지 않다
어언 모든 멤버가 20대가 되었지만 술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수시로 나누는 대화로 푼다.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와인 정도는… 소녀들은 분위기에 약하잖아요. 취기에 몸을 맡기고 싶진 않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자죠. 기껏해야 생일날 생일주로 다 같이 한잔 정도?”(티파니)
“요즘은 휴대폰 메신저에 방을 만들어놓고 항상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바로바로 대화를 하니까 쌓이는 것도 없고, 무대 같은 건 또 냉정해서 바로바로 지적하고 고치고. 서로 솔직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니까 저희 팀웍이 좋은 것 같아요.”(수영)
소녀시대는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팬들은 점점 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소녀시대의 춤을 따라하고, 노래를 우리 말로 따라부르는 시대다.
"이번에 파리에 갔을 때도 그렇고, 일본에서 공연할 때도 그렇고… 노래 뿐만 아니라 우리 말로 된 응원까지 하나하나 소리맞춰 다양한 연령대의 팬분들이 외치시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렇게 관객과 호흡할 때가 가장 좋았어요.“(수영)
소녀시대가 강조하는 성공의 비결은 다름 아닌 ‘즐겨라’라는 것. 팬들도 그들이 무대에서 웃고 즐거워하는 것 때문에 자신들을 좋아한다는 게 소녀시대의 말이다. 스스로도 자신들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단다.
"모두가 함께 있으면 항상 즐거워요. 일이 아니라 다 같이 즐기기 때문이에요."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