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오세근. 스포츠동아DB
스타들 개인플레이 줄이고 수비에 주력
루키 오세근도 리바운드 등 궂은일 자청
시즌 직전,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은 안양 KGC인삼공사를 돌풍의 핵으로 꼽았다. KGC인삼공사에는 슈퍼루키 오세근(200cm)을 비롯해 김태술(180cm), 양희종(194cm) 등 스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일두(196cm), 김성철(194cm) 등 벤치멤버들도 화려하다.
하지만 주전들의 대표팀 소집으로, 손발을 제대로 맞춘 시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게다가 개성강한 스타 선수들을 어떻게 묶어낼지도 미지수였다. 일각의 우려대로 개막직후 2연패. 그러나 KGC인삼공사 이상범(42) 감독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결국 KGC인삼공사는 이후 6승1패로 선전하며, 결국 6승3패(공동2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 희생하는 플레이가 눈에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나락에 빠진 서울 SK의 사례에서 보듯, 제 아무리 스타군단이라도 모래알같은 조직력으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KGC인삼공사는 다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멋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 팀은 희생하는 플레이가 눈에 보인다”고 했다.
이 감독이 말하는 사례는 이런 것이다. ‘종종 수비에서 실수를 한 선수는 공격에서 만회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면 무리한 플레이를 하게 되고, 또다시 팀플레이가 저해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1라운드에서 KGC인삼공사는 수비실수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선수들이 다시 한 발짝을 더 뛰며 수비에서부터 해법을 찾으려고 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KGC인삼공사는 1라운드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3번째로 적은 실점(74.1점)을 기록했다.
● 수퍼루키 오세근도 팀플레이에 녹아든다
KGC인삼공사의 상승세에 오세근(사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오세근은 1라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18점과 리바운드 7.44개를 기록하며, 두 부문 모두 국내선수 중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감독이 가장 칭찬하는 부분은 “오세근의 영리함”이다.
이 감독은 “헬프 디펜스를 할 때, 조금씩 자신의 폭을 넓혀가는 등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예를 들면, 김주성(동부)을 막다가도 드라이브인을 시도하는 상대선수의 블로킹 타이밍을 잘 잡는다. 신인으로서는 상당히 고급 플레이”라고 했다.
오세근은 개막 이후 딱 한번 감독에게 혼이 났다. 10월18일 서울 삼성전의 하프타임 때였다. 1·2쿼터 도중 무리한 공격을 시도했는데, 이 감독이 이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3·4쿼터에서 오세근은 또다시 팀플레이 속에 녹아들면서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도맡았다.
결국 KGC인삼공사는 이 경기를 발판으로 4연승을 내달렸다. 이 감독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김태술의 몸 상태가 2라운드 초반의 변수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무리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년 간 바닥을 쳐봤기 때문에 더 이상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 아직은 6강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