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유럽파, 주전 꿰차려면 독사가 돼라”

입력 2011-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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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전 방송 해설을 위해 두바이를 찾은 차범근 SBS 축구해설위원이 유럽파 초년병들에게 “열정을 갖고 좀 더 부딪히라”는 조언을 했다. 스포츠동아DB

■ 원조 해외파 ‘차붐’ 해외파 초년생들에게 애정어린 조언


구자철·지동원·손흥민…모두 다 훌륭한 재능
유럽 감독들은 선수에 자극 주려 일부러 외면
더 열정적으로…감독 눈에 들겠다는 독기 필요

차범근(58) SBS해설위원은 ‘원조’ 해외파이자 한국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1978년 세계 최고리그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1989년 은퇴할 때까지 10년 넘게 활약하며 98골을 넣었다. 한국 뿐 아니라 독일축구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영웅이다.

‘차붐’이 해외파 초년병들에게 생생한 조언을 건넸다. 한국-UAE 전(11일) 해설을 위해 두바이에 방문한 차 위원은 10일 취재진을 만나 “지동원(20·선덜랜드)과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손흥민(19·함부르크) 모두 훌륭한 재능을 지녔다. 유럽에서 분명 잘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그들이 지금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지 잘 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어디까지나 외국인이다. 성공하려면 좀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독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훈련장에서 강하게 어필하라

차 위원은 2007년을 회상했다.

그 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일본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이나모토 준이치와 공격수 나오히로 다카하라가 뛰고 있었다. 수원 삼성 지휘봉을 잡고 있던 차 위원은 시간을 내 독일에 갔다가 고향 팀 프랑크푸르크 훈련장을 방문했다. 그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당시 프랑르푸르트 감독은 일본의 두 선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실력이 모자라서 일수도 있고 자극을 주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두 선수의 태도였다. 차 위원은 “그럴 때일수록 훈련장에서 더 강하게 달려들며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포기한 듯 훈련하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차 위원은 돌아오는 길에 다카하라를 만나 이에 대해 말했지만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 왔다.

사실 차 감독은 선수 때 교체 멤버로 뛴 적이 거의 없는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독일에 진출해서도 첫 해부터 맹활약 했다. 그러나 자신 이외에 수많은 나라에서 독일로 온 외국인 동료들을 보며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감독에게 어필하는 선수는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실패하는 모습을 무수히 목격했다.

차 위원은 감독이 된 후에도 이를 절실하게 느꼈다. 그는 “감독은 잘 하는 선수라도 자극을 주기 위해 일부러 외면할 때가 있다. 나도 그렇게 해 봤다. 감독은 선수가 적극적인 훈련을 통해 출전시켜 달라는 강한 어필을 하며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냥 포기해 버리면 그 선수를 출전시킬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동원과 구자철, 손흥민 모두 어린 나이에 유럽 빅 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주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차 위원의 조언에 한 번 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차 위원은 조만간 개인적인 일로 독일을 방문할 예정인데 옛 동료인 볼프스부르크 마가트 감독과 친한 사이인 리트바르스키 코치를 만나볼 생각이다.

그는 “기회가 되면 그들을 만나 구자철이 얼마나 좋은 선수고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두바이(UAE)|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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