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UAE전] 이근호 결승골…벤치 설움도 날렸다

입력 2011-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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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국가대표 축구팀 이근호. 사진출처|방송캡처

조광래호 출범후 후배들에 밀려 줄곧 후보 신세
기성용 공백 따른 미드필드 실험은 절반의 성공


‘영원한 2인자’ 이근호(감바 오사카)가 조광래호를 살렸다.

이근호는 1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월드컵 예선 원정 4차전에서 후반 34분 교체로 들어가 후반 43분 극적인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작렬했다. 그동안의 벤치멤버였던 설움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이근호는 3월25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이후 8개월 여 만에 A매치 득점을 맛봤다. 이근호의 결승골로 분위기를 가져온 한국은 주장 박주영의 추가골로 상대를 완전히 침몰시켰다.


● 이근호- 벤치 설움 날린 결승골

이근호는 조광래호 출범 후 한 번도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

조광래 감독은 작년 여름 지휘봉을 잡은 뒤 이근호를 줄곧 외면했다. 이근호가 처음 이름을 올린 건 3월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앞두고서였다. 이후에도 계속 벤치만 지키며 잠깐씩 교체 출전한 게 전부였다.

아시안 컵에서 스타덤에 오른 지동원과 구자철 등 후배들이 자리를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동갑내기 절친 박주영은 붙박이였다. 이번 UAE 원정에서도 이근호에게 득점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이근호를 택했다. 훈련에서 묵묵히 좋은 감각을 보이며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천금같은 득점으로 한국에 소중한 승점 3을 안겼다.


● MF 변화는 절반의 성공

조광래호의 미드필드 플레이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조 감독은 최근 소속 팀에서 물 오른 공격본능을 보이고 있는 중원의 핵 기성용(셀틱)이 갑작스런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자 고심 끝에 중앙수비수 홍정호를 위로 올리는 카드를 꺼냈다.

한국의 미드필드 조합은 크게 세 차례 변했다.

홍정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처지고 이용래와 구자철이 위로 올라서는 역삼각형 포진이 시작이었다. 수비력이 뛰어난 홍정호가 상대 중앙 공격을 막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이용래의 공격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포석도 있었다.

무난했지만 파괴력은 떨어졌다. 홍정호는 수비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전방으로 볼을 연결하는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구자철과 이용래의 역할이 미미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이 투입됐다. 홍정호와 이용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추고 구자철이 위로 올라가는 정삼각형 포진으로 바뀌었다. 후반 초반 경기가 잘 풀렸지만 이는 미드필더의 변화라기보다 손흥민이 흐름을 바꿨다고 보는 게 맞다.

후반 19분에는 홍철 대신 이승기가 들어갔다. 이승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가고 구자철과 홍정호가 볼란치를 봤다. 이용래는 홍철이 빠진 왼쪽 풀백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베스트 11 중 두 명이나 본래 포지션이 아닌 다른 자리에 서는 흔치 않는 광경이 연출됐다. 미드필드 조합이 90분 동안 크게 세 차례나 변화했다는 것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두바이(UAE)|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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