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밴드 “그 흥겨운 슬픔에 훈제당하다”

입력 2011-11-14 18:15:4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관객은 배우의 땀에 관대하다. 어딘지 덜 채워졌다 싶어도, 배우가 흘린 땀을 보며 “과연”하고 무릎을 치는 것이 관객이다.

‘청춘밴드’는 콘서트 드라마를 표방했다. 뮤지컬과 콘서트 드라마의 경계선은 모호해 보이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다. 적어도 기자는 나름의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다.

‘청춘밴드’에는 적지 않은 공연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극중 공연(콘서트)일뿐, 대사를 노래에 실어 전달하지 않는다. 대사는 대사고, 노래는 노래다. 그래서 콘서트 드라마다.
조승우가 출연한 밴드영화 ‘고고70’을 뮤지컬 영화로 분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춘밴드’는 뭐, 당연하지만 밴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룹사운드 멤버가 등장하고, 노래와 연주를 한다.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실에서, 라면 한 개를 나누어 먹어가며, 지지고 볶는 궁상을 상상했다면 … 정답이다. ‘청춘밴드’는 지지리도 궁상맞은 젊은 군상들의 이야기니까.

음악으로 지구를 지키겠다는, 반쯤은 농담같은 이유로 음악을 함께 하게 된 학창시절 친구들이 밴드를 만들어 인간적으로, 음악적으로 성장해 나간다. 하지만 성장의 끝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기타 줄을 튕기며, 드럼을 두드리며, 싸우고 술을 마시며 그저 성장해나갈 뿐이다. 밀어주는 이도, 끌어주는 이도 없지만, ‘블루스프링’의 다섯 멤버들은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간다.
내일도 라면을 먹어야 한다면, 기꺼이 맛있게 먹어주겠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관객의 감성과 맞닿는 순간,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작품으로 다가온다.

‘뮤지컬계의 임재범’으로 불리던 조순창은 자신의 첫 연극무대에서 보컬리스트 ‘강인’ 역을 맡아 예의 시원시원한 가창을 들려준다. 실제로 과거 록 밴드에서 노래를 불렀던 경력을 십분 살리고 있다.

기타리스트 ‘정지오’ 역의 노민혁은 ‘클릭B’를 거쳐 ‘애쉬그레이’에서 활동 중인 현역 기타리스트. 데뷔 때부터 천재기타리스트로 소문난 인물인 만큼 연주력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서 펼치는 솔로파트 연주는 화려하다 못해 아크로배틱에 가깝다.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현회, 10대 특유의 발랄한 말투가 입에 착착 붙는 백선주의 연기도 부족함이 없다. 시종일관 툴툴대며 문제만 일으키지만, 의외로 속 깊은 ‘인희’ 역의 송인경도 눈길을 끈다.

‘청춘밴드’는 12월 초 중국으로 진출해 기획공연도 예정돼 있다.

록밴드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감칠 맛나게 즐길 수 있는 공연. 공연이 끝나면 ‘흥겨운 슬픔’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감동에 마음을 훈제 당하고 만다.
12월 31일까지 서울 동숭동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공연문의 02-765-8880)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