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윤빛가람 이적 왜 서둘러 발표했나?

입력 2011-1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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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일화 조재철. 스포츠동아DB

윤빛가람 성남행 ‘20억+조재철’ 받아 이득
‘구단 유럽행 방해’ 여론 생길까봐 부랴부랴


K리그 구단들이 선수 의사를 무시하고 이적을 추진한 예는 종종 있었다.

오범석(수원)은 2008년 겨울, 러시아 사마라FC 진출을 추진했다. 2007년 12월18일 오범석 측은 사마라로의 완전 이적을 발표했다. 그러자 당시 오범석의 소속 팀이던 포항은 하루 뒤 “성남과 오범석 이적에 이미 합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양 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오범석은 바이아웃 조항 덕에 러시아로 갈 수 있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는 구단이 있으면 포항의 의사와 관계없이 팀을 옮길 수 있었고, 사마라가 이 조건을 충족했다.

윤빛가람이 경남과 바이아웃 조항을 맺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있다 해도 레인저스(스코틀랜드)가 제시한 이적료가 이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경남과 윤빛가람 측은 11월 말까지 이적료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기로 했었다. 또 성남 외에 수원, 전북, 제주, 울산 등도 윤빛가람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경남과 윤빛가람 모두 좀 더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경남은 선수 측에 통보도 없이 성남과 이적에 합의하고는 이를 공식화했다.

경남은 윤빛가람을 성남에 보내며 이적료 20억원에 공격형 미드필더 조재철을 받기로 했다. 조재철은 즉시 전력감으로 꼽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경남은 25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즉 경남은 앞으로 레인저스와 협상에서 25억 원 이상의 이적료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구단이 이적료를 빌미로 윤빛가람의 해외 이적을 방해하고 있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경남은 소속 선수가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뽑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이적을 발표하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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