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출발부터 오락가락

입력 2011-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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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파주NFC에서 첫 회의를 하는 황보관(왼쪽 아래) 기술위원장과 기술위원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기술위가 야기한 혼란 2가지
■ 1 외국인 감독 or 국내 감독
2 원포인트 감독

아르헨·伊 출신 영입1순위 기준 불구
안될 경우엔 국내감독 선회 논란 소지

단계적 감독 선임도 결국 ‘시간벌기용’
월드컵 본선 대비 확고한 대원칙 필요


대한축구협회의 차기 대표팀 선임 작업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외국인 감독으로 가겠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도 뜨뜻미지근하다. 국내파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13일 첫 기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국내외 감독을 총망라해서 후보군을 만들겠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며 애매하게 대답했다. 아울러 황보 위원장은 “1차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 2차 최종예선, 3차 월드컵 본선 등 단계를 나눴다. 그에 맞게 감독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황보 위원장의 모호한 입장 발표로 팬들은 혼란스럽다. 혼란을 야기한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 외국인? 또는 국내파?

황보 위원장의 말에는 ‘외국인 감독을 먼저 알아보겠지만 안 되면 국내 감독을 선임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황보 위원장은 협회 고위층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술위원회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려다가 안 되면 국내 감독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은 K리그를 포함한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외국인 감독이 오지 않을 경우에 국내 감독이 대타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축구협회 스스로 국내 지도자들을 깎아 내리는 꼴이 된다.

그동안 기술위원회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일처리를 해왔다. 그래서 욕을 먹었다. 이제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넓게 보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최소한 기술위원회는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겨냥해 전략을 세우고, 세부적인 전술을 구사해야한다. 현 시점에서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게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감독 우선이 아니라 “외국인 감독을 모셔오겠다”고 선언하는 게 맞다. 물론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협회가 최대한 지원한다면 적임자를 찾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 원 포인트 감독?

단계별로 감독을 선임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황보 위원장이 이런 말을 한 이유 중 하나는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 결과를 크게 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도 쿠웨이트전에서 패해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다시 말해 쿠웨이트 전은 원 포인트 릴리프 스타일의 감독에게 맡겨 일단 최종예선에 오르고, 최종예선이 열리는 6월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 안에 적당한 인물을 앉히면 된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다. 아니,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협회의 목표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있다. 만에 하나 3차 예선에서 떨어지나 최종예선에서 떨어지나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것은 매 한가지다.

아울러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본선에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거둔 16강 진출 이상을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 감독직을 염두에 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한국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그것도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카드를 꺼내야한다. 외국인 감독으로 간다면 현 위기상황 뿐 아니라 최종예선과 본선까지 태극전사들을 이끌어줄 제대로 된 명장을 영입하는 게 기술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기술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다시 한 차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2차 회의에서는 감독 선임에 대해 좀 더 확고한 원칙을 마련해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것만이 불명예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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