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필드에선 이런 일이] ‘캐디 증발사건’을 아시나요?

입력 2011-12-2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출입증 두고 온 캐디 생각해 A선수 대회 포기
짐 싸고 나오니 감쪽같이 캐디 사라져 수소문
“의리 보다는 돈”…딴 선수 백 메고 출전 황당

“혹시 제 캐디 못 봤나요?”

“그 친구 좀 전에 C선수와 함께 코스로 나갔는데….”

“네?”

4월 경기도 여주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첫날. 대회 개막을 앞두고 유럽에서 온 A선수는 황당한 일에 휘말렸다.

A선수는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진행요원과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자신의 캐디를 클럽하우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진행요원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보통 선수들은 2시간 일찍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식사를 하고 1시간 정도 연습하며 몸을 푼다. 캐디는 선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런데 A선수의 캐디가 출입증을 숙소에 두고 왔다. 클럽하우스 출입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출입증이 없으니 진행요원이 출입을 제지했다.

A선수는 조급했다. 식사를 하고 연습한 뒤 경기에 나가야 하는 데 진행요원이 막아서는 바람에 점점 화가 났다. A선수는 계속해서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진행요원은 그럴 수 없다고 막았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A선수가 폭발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며 돌아갔다. 잠시 후 A선수는 짐을 챙겨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캐디를 찾아 나섰다.

A선수는 연습 그린에 있던 B선수의 캐디에게 자신의 캐디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B선수의 캐디는 “네 캐디는 조금 전에 C선수 백을 메고 경기에 나갔는데 몰랐어?”라고 했다. A선수는 당황했다. 자신을 따라온 캐디를 위해준다는 생각에 대회 출전까지 포기했는데 그 사이 캐디는 다른 선수의 백을 메고 경기에 나간 것이다.

유명 선수의 경우 캐디와 연간 계약을 맺는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캐디를 새로 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계약을 맺지 못한 캐디는 일용직이나 마찬가지다. A선수의 캐디는 멀리 한국까지 와서 돈을 벌지 못하고 허탕 치고 돌아가는 게 아쉬웠다. 돈이 필요했던 A선수의 캐디는 전담 캐디가 없는 C선수를 찾 아가 자신을 고용해 달라고 요청했고 C선수가 받아들여 경기에 나가게 됐다. 보통 캐디는 이렇게 일하고 100∼200만원 돈을 받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