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성태(29)는 최근 등번호 때문에 고민이다. 2000년 현대에 입단한 직후 그는 45번을 달았다. ‘외계인’으로 불리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번호였다. “그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닮고 싶었어요. 그 때는 직구구속이 시속 130km대였거든요. 145km를 던지겠다는 바람도 담겨있었지요.” 등번호의 효력(?) 덕인지, 결국 김성태는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어진 부상….
공익근무 이후 2010시즌 복귀를 준비하면서 그는 새로운 번호를 물색했다. 레이더망에 31번이 걸려들었다.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의 것이었다. “강속구를 던질 수 없게 됐으니, 제구력과 완급조절이 중요하다 싶었어요. 그래서 매덕스를 배우고 싶었지요.” 2010∼2011시즌 넥센 김시진 감독은 선발진의 볼넷 남발로 가슴앓이를 했다. 이 와중에서도 김성태는 선발진 가운데 가장 안정된 제구력을 뽐냈다. 등번호를 바꾼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타난 셈이다.
“한 번 더 바꿔보려고요. 시즌 내내 잔부상이 많아서, 이제 이 번호가 안 맞나 싶어서요.” 하지만 번호 교체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유니크’한 71번을 고려했지만, 넥센 코칭스태프가 70번대를 달고 있어서 쉽지 않은 모양. “유니폼 구매했는데, 번호 바꾸면 어떡해요”라는 팬들의 애교 섞인 항의(?)까지 받았다. 김성태는 8월 어깨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재도 겨울의 추위를 재활의 열정으로 녹이고 있다. 등 번호 고민 역시 부상 없는 시즌에 대한 강한 열망의 표현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