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물거품된 EPL계약서 요즘도 가끔 꺼내”

입력 2012-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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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31일 오전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은퇴 가자회견을 갖고 있다. 강남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반지의 제왕’ 안정환 눈물의 은퇴 회견더 뛸 자신은 있지만… 지금이 은퇴 적기팬 사랑 감사…한국축구에 기여하고 싶어2002년 ‘세리머니 반지’는 아내 목걸이에블랙번행 성사됐으면 인생 달라졌을텐데…
‘반지의 제왕’ 안정환(36)이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났다.

안정환은 1월 3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결심한 배경 등에 대해 밝혔다. 아주대를 졸업하고 1998년 K리그에 뛰어든 안정환은 지난 14년간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았다. 한국축구에서 보기 드물게 개인기가 뛰어났고, 수려한 용모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언제나 최고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연장 골든골을 넣었고, 골을 넣은 뒤 반지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국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했고, 역대 월드컵에서 3골을 넣어 박지성(맨유)과 함께 아시아선수 중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많은 골을 선수로 기록돼 있다.

○“마음은 2002년인데 몸은 2012년”

안정환은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묻자 “마음은 2002년인데 몸이 2012년이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좀 더 할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쉽게 결정하지 못했고, 은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은 최근까지 안정환 영입을 위해 애를 썼다. 계약을 제안한 뒤 안정환의 마지막 결심을 기다렸다. 하지만 안정환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정환은 “신 감독님과 날마다 통화했다. 나를 기다려 주신 감독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미안함을 나타냈다.

당분간 쉴 계획인 안정환은 “지도자를 하기에는 내 그릇이 작다. 지도자보다는 아내가 하고 있는 사업을 돕고, 관심이 많았던 유소년축구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방식이든지 한국축구를 위해서 기여하고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지는 부인의 목걸이 펜던트로 사용 중”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르며 반지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안정환. 당시 손에 끼었던 반지는 현재 부인 이혜원씨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환은 “그 반지는 부인의 목걸이에 걸려있다. 아내가 일 때문에 목걸이를 착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선수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을 들었다. 축구스타를 꿈꾸던 시절 만났던 김 총장이 오늘날의 자신이 있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중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볼보이로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김주성 선수에게 사인을 부탁했는데 안 해주고 그냥 가셨다.(웃음) 충격 받았다. 그래서 프로선수가 돼 남들에게 사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돈의 유혹이 가장 힘들었다”

안정환은 선수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돈의 유혹’을 꼽았다. 팀을 옮길 때마다 금전적인 유혹을 뿌리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팀을 자꾸 옮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안정환은 이탈리아, 독일, 일본, 중국 등 다양한 해외리그를 돌아다녔다. 그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인식이 썩 좋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좌절됐던 것에 대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안정환은 “당시 블랙번 로버스와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다. 그런데 다른 문제로 이적이 좌절됐다. 지금도 그 계약서를 보관하고 있고, 가끔 꺼내본다. ‘그 때 영국으로 갔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또 달라졌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당시 블랙번과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의무사항인 대표팀 경기 75%를 채우지 못해 워크퍼밋(노동허가서)을 발급받지 못했다.

○“개인적인 바람 때문에 대표팀 경기 망칠까 은퇴경기 고사”

안정환은 대한축구협회가 제안한 은퇴 경기를 고사했다. 협회는 이달 25일로 예정된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안정환의 은퇴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정환은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누구나 은퇴 경기를 뛰고 싶고, 바랄 것이다. 하지만 한국축구가 중요한 시기에 있는데 개인적인 바람 때문에 경기를 망치는 것은 안 된다. 그래서 내 뜻을 (협회에) 전달했다”며 고사 이유를 말했다. 이어 “추후에 협회와 상의해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협회에서 불러준다면 영광으로 생각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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