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대표팀 이틀 째 훈련에서 슈팅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영암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8일 출범한 최강희호 1기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이동국(33·전북)이다. 전북에서 최강희 감독을 만나 완벽하게 재기한 그가 대표팀에서도 부활 스토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동국은 청소년 시절부터 특급스타였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지만 상처도 그만큼 많이 받았다. 예전 같으면 취재진의 시선이 쏠려 있는 이런 상황은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동국은 다르다. 전남 영암 대표팀 훈련장에서 그의 모습을 보면 ‘통달했다’는 느낌이 든다. 몸짓과 표정 하나 하나에 여유가 묻어난다. 19일 첫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취재진의 사진을 페이스 북에 올리고 ‘추운데 고생하셨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20일 둘째 날 훈련 후 이동국에게 “마치 통달한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축구에 통달이라는 게 있겠느냐”며 싱긋 웃었다. 이어 “정말 편하고 재미있게 운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이젠 친근한 형
대표팀 분위기 이끄는 이동국 리더십
이동국의 여유는 대표팀 분위기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 감독이 대표팀 소집 후 선수들과 대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가 ‘분위기다’다. 대표팀 내 모든 선수가 위아래 구분 없이 격의 없이 지내야만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참급 선수 가운데 이동국이 기꺼이 가교 역할을 맡았다.
이동국은 경상도 사나이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아도 겉으로 무뚝뚝해 보인다. 더구나 그의 이름값에 후배들은 절로 주눅이 들기 쉽다.
그러나 이동국이 먼저 마음을 열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이동국은 후배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등 다가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훈련 도중 농담과 장난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숙소에서도 이제는 ‘어려운 선배’가 아닌 ‘친근한 형’으로 통한다.
이동국의 룸메이트인 김신욱(울산)은 1988년생이다. 이동국보다 9살 어리다.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은 나이 차다. 그러나 김신욱은 “(이)동국이 형과 친하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김신욱은 “동국 형과 숙소에서 축구 말고 다른 외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형이 먼저 말을 걸어줄 때도 많다”고 했다.
이동국 역시 “예전 대표팀보다 후배들과 나이 차가 덜 나서 그런지 몰라도 더 많이 대화하고 편하게 지낸다. 마치 소속 팀에서처럼 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식 무한신뢰…김두현·이근호는 지원사격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이동국의 도우미
대표팀에는 경기 내외적으로 이동국을 지원사격하는 ‘도우미’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이동국의 절친으로 잘 알려진 최고참 김상식(36·전북)이다. 최 감독이 2011년 K리그 전북 우승을 확정한 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둘(김상식, 이동국)이 친하다고 하면 이름값에서 앞서는 동국이가 관계를 리드할 것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동국이가 상식이 뒤를 따라다니는 게 맞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동국이 김상식을 얼마나 신뢰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상식은 “내가 없으면 동국이가 무게를 잡아야 할 연차인데 내가 있으니 후배들에게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두현(30·경찰청)도 이동국과 인연이 깊다. 이동국이 2009년과 2011년 K리그에서 두 차례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올랐을 때 김두현은 “반드시 동국이 형이 받아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을 독려하고 응원했을 정도다.
이근호(27·울산)도 최근 이동국 인맥 도에 포함됐다. 이근호는 이동국과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것을 계기로 부쩍 가까워졌다. 이런 친분은 플레이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동국은 최전방 공격수, 이근호는 측면 날개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공격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둘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근호는 “동국 형과 친해진 게 경기 중 서로 좋은 호흡을 보이는 데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동국(가운데)이 주장 곽태휘(왼쪽) 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러닝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식. 영암 | 박화용 기자
백업은 그만…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일낸다
이동국-박주영 투톱 시너지 효과 찾기
이동국과 박주영(27·아스널)의 공존은 가능할까. 대표팀 명단을 발표된 뒤 이동국-박주영의 투 톱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동국-박주영 투 톱은 전임 허정무, 조광래 감독 시절에도 잠깐씩 가동됐다. 결과는 모두 신통치 않았다. 그 때는 이동국이 박주영의 백업 역할에 그쳤다. 모든 패턴이 박주영 중심으로 돌아갔고, 이동국은 그 안에 속하기 쉽지 않았다. 이동국에게는 충분한 출전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최강희호에서는 모든 게 바뀌었다. 일단 이동국이 최전방 원 톱으로 입지를 단단히 구축하고 있다. 최 감독은 오히려 박주영의 발탁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뽑았다. “(최종예선을 대비한) 배려 차원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쿠웨이트 전에 꼭 필요해서 박주영을 택했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동국과 박주영을 동시에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동국이 최전방에 서고 박주영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포진하는 4-4-2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암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