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박찬호 “힘 빼고 던지는 직구가 더 위력적”

입력 2012-03-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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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민철 투수코치(왼쪽)는 “(박)찬호와 야구 얘기를 하는 것이 즐겁다. 서로 많은 일치점들을 발견한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직구와 커브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 투수와 한국프로야구 우완 최다승 투수. 고수끼리는 통하는 법인가 보다. 스포츠동아DB

정민철-박찬호의 직구&커브론


경험 적은 파워피처들 강하게만 던져
커브도 시작점 직구와 차이나면 안돼
형식상 아닌 타자가 느끼는 커브 중요


한화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마감하고 11일 귀국했다. 캠프 내내 코치들끼리, 선수들끼리, 코치와 선수들 간에 치열한 대화가 오갔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대화, 동기생 박찬호(39)와 정민철 투수코치(40)가 나눈 투구론이다. 정 코치는 “둘 다 야구를 20년 하다보니, 말의 일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 투수와 한국프로야구 우완 최다승 투수(161승)는 ‘직구와 커브’를 화제로 올렸다. 이는 안승민, 김혁민, 양훈 등 한화의 미래를 이끌 영건들에게 던지는 조언이기도 했다.


○‘힘을 빼고 던지는’ 직구

7일 LG와의 연습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직구 최고 148km를 찍었다. 하지만 “좋은 밸런스는 아니었다”는 것이 투수코치와 포수의 평. 이날 이시카와구장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 투수로서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주변환경 때문이든, 내재적 문제 때문이든, 투수가 모든 경기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는 없다. 하지만 정 코치의 설명대로, “류현진처럼 높은 레벨의 투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조절 능력이 있다.”

박찬호와 정 코치는 전성기 150km를 웃도는 리그 최고의 직구를 던졌다. 이들은 “경험이 적은 파워피처들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더 강하게 가려고만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속이 비슷하더라도 공끝은 더 무뎌지는 경우가 있다.

정 코치는 “찬호와 얘길 나눠보니, 우리 모두 힘을 빼고 던졌을 때 스피드 건에 찍히는 숫자가 더 올라간 경험이 있었다. 비슷한 스피드지만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지기도 했다”며 류현진을 예로 들었다. 류현진은 2011년 5월 11일 청주 LG전에서 한 경기(9이닝) 최다탈삼진(17개) 기록을 세웠다. 정 코치는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1회 130km 후반대 공, 4회 140km대 초반 공으로 삼진을 잡았다. 9회에도 140km대 후반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직구와 출발점이 같은’ 커브

박찬호와 정 코치는 ‘뛰어난 커브’라는 공통분모도 갖고 있다. 둘은 “왜 커브가 필요한지 알고 던져야 한다. 형식상의 커브가 아니라 타자가 느끼는 커브가 중요하다”고 했다. 의견일치를 본 포인트는 ‘커브가 투수의 손을 떠나는 출발점’이다. 정 코치는 “팔 스윙은 물론 공이 시작하는 궤적 역시 직구와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류현진이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의 위력도 같은 원리에서 나온다”고 했다. 낙차가 큰 커브라도, 그 시작점이 직구와 차이가 난다면 타이밍을 빼앗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커브는 야구 역사상 최초의 변화구지만 컨트롤하기 어려운 구종으로 꼽힌다. 정 코치는 “커브는 흔하지만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는 흔하지 않다”고 말한다. 만약 좋은 커브를 연마하더라도 그 공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실전용으로 쓰기는 어렵다. 정 코치는 “강속구 투수는 ‘150km의 공은 타자가 못 치지만 느린 커브는 타자가 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커브 선택을 머뭇머뭇하게 된다. 결정적인 순간 커브를 구사하려면 ‘용기’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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