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가 시청률 18%를 찍고, 3회 만에 20%를 넘었을 때, ‘해품달’ 출연진 소속사 관계자의 반응은 이랬다.
전작 ‘나도, 꽃’의 기대 밖 참패, 드라마 주인공은 여섯 살 차이인 김수현과 한가인. 그림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들이었다. 지난해 ‘공주의 남자’와 ‘뿌리 깊은 나무’ 등 타사 드라마가 사극의 정점을 찍고 났다는 평가에서 등장한 ‘해품달’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런 서러움 속에서 ‘해품달’은 성공했고, 결론적으로 이 작품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던 몇몇 연기자들은 지금 쓰린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게 됐다.
방송가의 회의적인 반응과 캐스팅의 난항 속에서 ‘해품달’의 드라마 화를 위해 4년간 투자한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그래서 더욱 뿌듯하다. 팬엔터테인먼트는 2008년부터 출판사와 드라마 판권을 위한 협의를 시작해 2010년 계약을 마쳤다. 이후 대본을 맡은 진수완 작가는 2011년 내내 ‘해품달’ 각색 작업에 매달렸다.
팬 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로 한류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10년 만에 또 한 편의 대작을 남기게 됐다.
‘디테일의 극치’로 불리던 연출자 김도훈 PD는 이제 쪽잠이 아닌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듯 하다. 촬영 내내 지독한 꼼꼼함 때문에 일부 스태프들에게 “아니 드라마로 예술 하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시청률과 함께 수준 높은 미스터리 사극 멜로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로 위로되지 않을까.
약 3개월 동안 취재 현장에서 지켜본 ‘해품달’은 즐거운 전쟁터였다. 배우들은 매일 현장에서 추위, 잠, 피로와 싸웠고 시청자들은 이에 높은 시청률과 뜨거운 관심이라는 영광으로 호응했다.
기자들 역시 매일 ‘해품달’ 관련 기사를 발굴하느라 전쟁을 치렀다. 물론 기자 역시 즐거운 전쟁이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매니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의 매니저들은 하루에 100통에 달하는 전화를 받을 정도로 바빴다. 새벽까지 계속된 촬영을 마치고 늦은 아침 짧게라도 잠을 청하는 그들에게 그때부터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기는 야속하기까지 했을 터.
그동안 본의아니게 괴롭혔던 기자 역시 이제야 심심한 사과와 축하의 말을 함께 전한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j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