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에게는 보통 노트북, 델 인스피론 13z

입력 2012-03-19 17:53:56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어느 여름날 아침, 작은 재봉사는 창가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 즐겁게 바느질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여인이 길을 지나가며 외쳤죠. “잼 팝니다! 향긋한 잼 팔아요!” 소리를 들은 작은 재봉사는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말했어요. “들어오세요, 그 잼 내가 다 사겠소!” 여인은 기뻐하며 잼 항아리 전부를 풀어헤쳤어요. 작은 재봉사는 잼 하나하나의 향기를 꼼꼼히 살피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마침내 그가 말했어요. “이 잼이 좋군요. 4온스(약 28그램)만 사겠어요.” 잼을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여인은 화난 얼굴로 투덜거리며 잼을 덜어주고 돌아갔어요. - 용감한 작은 재봉사(The Brave Little Tailor, 그림 동화) 중

물론 잼을 파는 여인이 풀어헤쳤던 잼 항아리에는 그녀가 최선을 다해 만든 최상급 품질의 잼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재봉사에게 그 잼을 전부 사야 할 의무는 없다. 단지 아침 식사로 먹을 빵에 바를 분량의 잼만 사면 된다. 만일 작은 재봉사가 잼 항아리에 현혹되어 4온스가 넘는 고급 잼을 샀다면, 남는 잼은 고스란히 파리의 몫이 되었을 테다. 그리고 주머니가 넉넉지 않았던 작은 재봉사는 다음 날 아침에 텁텁한 빵을 먹게 되었으리라.


이제 잼을 파는 여인을 노트북 제조사로, 작은 재봉사를 소비자로 치환해보자. 노트북 제조사는 어느덧 대세로 자리잡은 울트라북을 팔기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울트라북이 아니라 일반 노트북이다. 일반 노트북이 울트라북보다 다소 두껍고 무겁긴 하지만, 성능면에서 울트라북을 압도하고 가격면에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최신 울트라북이 진열대 위를 점령한다고 해도, 일반 노트북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일반 노트북의 경쟁력이 충분하다.

델의 ‘인스피론 13z’도 경쟁력 있는 일반 노트북이다. 참고로 인스피론은 델의 소비자용 노트북 라인업 중 중급에 해당하며,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 13인치 제품인 인스피론 13z는 두께나 무게를 줄여 휴대성까지 갖춘 노트북이다. 물론 울트라북과 비교하면 휴대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나, 성능과 가격경쟁력(70만~90만 원대)에서는 확실히 앞선다. 하지만 무게 1.5kg이 넘는 노트북은 도저히 무거워서 못쓰겠다는 사람은 울트라북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이런 앞뒤 꽉 막힌 노트북을 봤나


디자인은 참 평범하다. 좋은 말로 이야기하면 무난하고, 나쁜 말로 이야기하면 특징이 없다. 상판은 그냥 상판이고, 키보드는 그냥 키보드며, 팜레스트는 그냥 팜레스트다. 핑크나 레드 제품은 그나마 좀 나은데, 블랙 제품은 평범 그 자체다. 튀지 않으니 직장인이 쓰기에 알맞을 것 같다.


웬만한 연결 단자는 다 갖췄으며, ODD는 없다. 특이한 점은 단자의 위치가 이산가족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다는 것. 왼쪽에는 USB 2.0 1개, HDMI, SD카드 리더기가 있으며, 오른쪽에는 USB 3.0 2개, 3.5mm 오디오/헤드셋 단자가 있다. 또 뒤에는 전원 단자와 유선랜(RJ-45)이 있다. 특히, 전원 단자와 랜의 위치가 마음에 든다. 단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 케이블이 엉킬 이유가 없다.


이 단자들에는 기본적으로 덮개가 모두 달려 있고, 유일하게 덮개가 없는 SD카드 리더기에는 더미(dummy) 카드가 들어 있다. 환풍구를 빼고는 먼지가 들어갈 구멍이 없는 ‘꽉 막힌’ 노트북인 셈이다. 물론 보기에도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덮개의 연결 부분이 약해서 오래 사용하면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것. 단자를 많이 쓰는 사람은 덮개를 여닫을 때 조심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두께는 평균 20mm 정도로, 일반 노트북치고는 얇은 편이다. 그러나 바닥에 불룩 튀어나온 배터리 부분까지 합치면 가장 두꺼운 부분이 30mm로 늘어난다. 이러한 디자인 때문에 노트북 하판이 일반 키보드처럼 앞으로 기울어진 모양이 되고, 자판을 치는 손이 한결 편해진다. 반대로 가방에 넣어 보관할 때는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다소 불편하다.

게임 빼고 다 되는 성능

델 노트북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사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인스피론 13z라고 해도 프로세서, 저장장치, 메모리 등 기본사양이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양에 대해 딱 꼬집어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리뷰에 사용된 인스피론 13z는 인텔 2세대 코어 i5-2450m(동작속도: 2.5GHz, 최대 터보부스트: 3.1GHz, L3 캐시 메모리: 3MB) 프로세서, 4GB DDR3 메모리, 128GB SSD, 윈도7 홈 프리미엄 64비트를 탑재한 고사양 제품이다. 특히 저장장치로 SSD를 채택해서 부팅 속도와 입출력 속도가 매우 빠르다. HDD보다 용량이 적긴 하지만 동영상을 많이 저장할 게 아니라면 사용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인텔 내장 그래픽을 사용한다는 것. 한마디로 최신 게임을 제외하고 웬만한 것을 다 할 수 있는 노트북이다. 가격은 2012년 3월 델 홈페이지(www.dell.com) 기준 988,900원이다.


윈도 체험지수를 확인했더니 내장 그래픽 때문에 4.7점을 받은 그래픽 부문을 빼고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하드 디스크의 데이터 전송률에서 만점인 7.9점을 받은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윈도 체험지수와 노트북의 실제 성능과는 오차가 있을 수 있으니 점수를 맹신하지 말고 참고만 하자.


바탕화면에는 델의 독자적인 UI(사용자 인터페이스)인 ‘델 스테이지’가 있다. 이를 통해 음악, 사진, 비디오, 게임 등 자주 쓰는 기능들을 손쉽게 사용하거나 바탕화면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바탕화면이 각종 바로가기 아이콘으로 뒤덮이지 않아서 보기에도 좋고, 파일이 종류별로 자동 분류되니 검색도 편리하다. 마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듯한 기분이다.



델의 독자 카메라 프로그램인 ‘델 웹캠센트럴(Dell Webcam Central)’도 있다. 이는 웹캠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간단히 촬영하고, 이메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유튜브에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특이한 기능으로는 마치 스티커 사진처럼 배경을 꾸미는 ‘비디오 효과’ 와, 사용자의 얼굴움직임을 따라 하거나 각종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아바타’가 있다. 두 기능이 다 재미있기는 하다. 다만, 딱히 쓸 데는 없다.


이 밖에 시스템 백업 및 복원 기능인 ‘델 데이터세이프(Dell Datasafe)’와 안면인식 기능인 ‘패스트액세스(Fast Access)’도 설치돼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여타의 노트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는 게임을 실행해봤다. 아무리 내장 그래픽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아직 고사양 3D 게임은 무리일 것이다. 대신 중급 사양의 3D 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정도는 무리없이 구동된다. 그래픽 수준이 ‘보통’인 상태에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면 25프레임까지 떨어지긴 하지만, 화면이 끊기거나 게임에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아마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게임’도 소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지금 당장 쓰기에 좋은 실속형 노트북

노트북 제조사들이 잇따라 울트라북을 내놓으면서, 일반 노트북 중 휴대성을 강조한 13인치급 노트북이 설 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인스피론 13z의 경우 울트라북만큼 얇고 가볍지는 않아도 휴대하기 힘들 정도로 턱없이 두껍고 무겁지 않다. 오히려 저전력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울트라북보다 성능면에서 뛰어나며, 가격 역시 합리적이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가격표를 꼼꼼히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노트북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