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황소 먹는다” “남한산성 다녀왔다”

입력 2012-03-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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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윤성효 감독(왼쪽)-서울 최용수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라이벌전 앞둔 수원 윤성효-서울 최용수감독 미디어데이 설전


윤감독 인디언식 이름풀이 필승 각오
최감독 “강팀은 상대 폄훼 안해” 맞불


K리그 슈퍼매치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4월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수원 삼성-FC서울 간의 라이벌전을 이틀 앞둔 30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

서로를 존중하려는 듯 정겨운 포옹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톡톡 튀는 ‘경상도 사나이’ 선·후배의 입심 대결로 이어졌다.

먼저 수원 윤성효 감독은 얼마 전 유행했던 인디언식 이름 짓기로 필승 의지를 시사했다. “이름을 풀어보니까 ‘붉은 황소를 잡아먹는다’고 돼 있더라. 이를 잘 이용해서 서울 전 4연승을 생각한다.” 1962년 5월18일생의 윤 감독의 정확한 풀이는 ‘붉은 황소를 죽인 자’다. 황소는 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의 마스코트. 여기에 서울의 상징색은 붉은색이니 결국 자신의 이름 풀이를 빌어 라이벌전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전한 셈이다.

서울 최용수 감독도 가만있지 않았다. 수원이 이번 경기의 타이틀을 ‘북벌’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수원보다 북쪽에 있는 건 맞다. 흥미를 끌기 위한 아이디어와 도발도 좋지만 맨유나 첼시, 레알 마드리드처럼 진정한 강호들은 상대를 폄훼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결국 수원은 진짜 강팀이 아니란 의미였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최 감독은 ‘치킨 많이 드셨냐’는 질문(수원 삼성 상징인 블루윙즈의 날개를 빗댄 것으로 치킨을 먹는다는 것은 수원을 잡겠다는 의미)에 “남한산성에 가서 가족들과 푹 쉬다 왔다. 아이가 나뭇가지를 꺾고 있어 ‘그러지 말라’고 해줬다”며 수원의 도발을 겨냥한 듯한 표현을 썼다. 현장에 있던 몇몇 축구인들은 남한산성은 삼계탕 집이 많은 곳인데, ‘언중유골’의 진수를 보여줬다며 무릎을 쳤다.

그렇다면 윤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팬들이 쓰는 표현과 단어는 신경 쓰지 않는다. 서울도 그냥 K리그의 한 팀일 뿐이다. 굳이 뭘 먹지 않아도….”

한 쪽이 웃으면 누군가는 울어야 할 운명. 수원과 서울의 61번째 승부는 벌써 불꽃이 튀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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