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김무영 “난 패전조 에이스…대호 형 한판 붙죠”

입력 2012-04-1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소프트뱅크 김무영(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오릭스와의 홈 개막전에 앞서 이대호와 나란히 서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대단하다”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4번타자의 말에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소프트뱅크 김무영(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오릭스와의 홈 개막전에 앞서 이대호와 나란히 서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대단하다”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4번타자의 말에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1군 무대가 마냥 행복한 패전처리 투수
빠른 볼 주무기…시즌 3.1이닝 무실점
이젠 접전서 대기…필승조 진입 눈앞
“이대호 형과 승부땐 무조건 이겨야죠”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또 한 명의 한국인 투수 김무영(27·소프트뱅크)이 방어율 제로(0) 행진을 달리고 있다. 개막 후 3경기에 등판해 3.1이닝 2안타 4탈삼진 무실점. 비록 지금은 패전처리조에 속해있지만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힘차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3경기 방어율 ‘0’의 행진

“아! 안녕하세요. 제 컨디션이요? 최고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아직 3경기에 등판했을 뿐이지만 방어율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니 신이 날 법도 하다. 물론 그는 아직 팀이 지고 있을 때 등판하는 추격조의 투수다. 겨우내 선발 준비를 했다가 스프링캠프 때 중간계투로 보직이 변경됐고, 아직까지는 증명이 필요한 유망주로 분류되고 있다. 그래도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 실력으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일 라쿠텐전에서 0-5로 뒤진 6회 등판해 탈삼진 1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1.1이닝을 막았다. 다음날은 좀더 박빙 상황이었던 4-6에서 등판했고, 역시 1이닝을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세 번째 등판에서도 호투를 이어갔다. 그는 11일 니혼햄전에서 9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팀이 0-14로 크게 뒤져있었던 데다 2사 후 1안타를 허용했지만, 앞서 등판한 3명의 소프트뱅크 투수를 무려 17안타로 두들긴 니혼햄 타자들을 상대로 탈삼진을 2개나 솎아내는 역투를 펼쳤다.


○승전조를 향한 힘찬 발걸음

김무영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엇보다 점점 승전조로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귀띔했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8일 세이부와의 경기에서 동점 상황에 그를 마운드에 올리려고 했다. 아쉽게 등판은 불발됐지만 빠른 볼과 담대한 심장을 지닌 한국인 투수는 팀에서도 ‘될 성 부른 떡잎’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도 “아무래도 팀에 젊은 투수가 없다보니까 젊은 편에 속하는 나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경기가 접전으로 흘러갈 때 등판을 준비시키기 시작했다. 승전조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대우’가 확연히 달라졌다. 김무영은 “작년까지만 해도 코칭스태프가 훈련만 강조하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준다. 무리하지 말라고도 얘기해준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본인 스스로도 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 평균 구속은 140km대 중후반(최고 147km)으로 본래 스피드보다는 3∼4km가 줄었지만, “구속보다는 볼끝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볼끝을 좋게 하기 위해 릴리스 포인트를 좀더 앞으로 끌어오는 것과 투구 밸런스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와 맞대결? 이겨야죠!

김무영은 일본무대에서 함께 뛰고 있는 오릭스 이대호(30)를 만나 응원의 메시지를 들은 일화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벌어진 오릭스와의 홈 개막전 때 만난 이대호는 그에게 “너 열심히 잘 한다더라.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건넸다. 김무영은 “아마 오릭스에서 한 전력분석을 보고 그런 말을 해준 것 같은데, 동향(부산) 선배이자 고국을 대표하는 4번타자에게 그런 말을 들어 영광”이라며 “일본에서 이대호 선배는 폼이 매우 부드럽고 잘 치는 타자로 소문나있다. 우리 팀 투수들도 경계하고 있다”는 말로 화답했다.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냉철한 법. 만일에 있을 맞대결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겨야죠. 무조건 막아야죠.” 어떤 타자를 막론하고 맞상대했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의지였다. 그는 “내가 좋은 모습을 보일 때마다 가족이 정말 기뻐한다”며 “가족을 위해, 그리고 한국 분들이 내 이름을 좀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일본에서 열심히 해보겠다.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열여섯 살에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일본프로야구 1군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쉼 없이 뛰었던 의지의 한국인. 셀 수 없이 많은 나날을 땀방울로 적셨던 김무영의 도전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생년월일=1985년 11월 22일
▲출신교=대신중학교∼하야토모고등학교∼후쿠오카경제대학교
▲키·몸무게=180cm·82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9 신인드래프트 소프트뱅크 6순위 지명·입단
▲주요 경력=2008년 일본 독립리그 레드와블러스∼2009년 소프트뱅크
▲일본 1군리그 통산 성적=13경기 19.2이닝 12안타 22탈삼진 방어율 2.29(4월 12일까지)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