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돈 문제 가장 깔끔한 K리그

입력 2012-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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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해외 축구클럽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K리그가 의외로 괜찮은 리그라고 생각될 때가 종종 있다. 축구종가인 유럽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아직도 ‘변방’으로 치부되지만 간혹 ‘이것만큼은 우리(K리그)가 너희들보다 낫다’고 느낄 때도 적지 않다. 그 중의 하나가 돈 문제만큼은 그 어느 나라보다 정확하다는 점이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얼마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임금체불 사태를 겪은 사실을 언론이 빅뉴스로 다뤘다. 팬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필자는 선수단 급여가 한달여 연체된 것 자체가 뉴스가 됐다는 사실이 조금은 의외였다. 이는 거꾸로 K리그 클럽들은 그동안 예외 없이 꼬박 꼬박 급여를 지급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축구선진국이라는 유럽에서조차 이 정도의 임금체불은 다반사다.

급여 연체라면 중동 클럽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천수가 사우디 알나스르에서 7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해 분쟁 끝에 계약을 해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우디의 경우 거의 모든 선수가 3개월 이상 급여가 연체돼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심지어 입단계약금을 2년째 못 받은 선수도 봤다. UAE나 카타르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한두 달 정도의 급여연체는 일반적이다. 차라리 여기선 체념하고 기다리는 게 지혜다. ‘결국은 줄 텐데 뭘 그렇게 졸라대느냐’는 이들의 주장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그들 나름의 문화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동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은 급여 연체에 무덤덤해지는 연습부터 하는 게 좋다.

비단 중동클럽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소위 5대 리그에서도 돈 지급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프랑스 리그2에서 뛰고 있는 필자의 소속 선수도 당초 받기로 한 보수를 1년 넘게 받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이 이럴 정도니 필자와 같은 에이전트에게 지급되는 이적 수수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프랑스조차 에이전트 수수료는 약속한 기일보다 6개월 넘겨 지급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돌이켜보건대 필자가 지금까지 30여건의 해외이적 및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면서 약속한 날짜에 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물론 돈을 제때에 지급하는 것만 가지고 K리그가 다른 나라 리그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여기엔 리그 수준과 운영노하우, 유소년 육성시스템, 축구문화의 성숙도와 전통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수의 입장에선 약속한 날짜에 급여를 틀림없이 지급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급여는 선수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젖줄인 동시에 동기부여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K리그가 축구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돈문제에 있어 기한을 엄수하는 똑 부러진 경제관념만큼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남미 선수들이 K리그와 일본 J리그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작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지만.

(주)지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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