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트롯돌’ 레이티 “초딩팬 천원 주며 ‘줄게 이것밖에 없어 미안’ 못 잊어”

입력 2012-04-27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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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으로 애국하며 ‘테스코’ 시조 꿈꾸는 다섯 여자
● 전국 팔도, 팬 찾아 떠나는 1:1 맞춤 걸 그룹
● ‘체육 돌’ 노리는 레이티, 스포츠는 우리의 힘!
“뮤직뱅크와 가요무대를 동시에 노리고 있어요. 남녀노소 나이· 국적 불문하고 모두의 맘을 사로잡고 싶어요.” (일동)

트로트와 디스코를 섞은 ‘티스코’라는 음악 장르를 개척하고, 자신들을 시조라 일컫는 용감한 여자들이 나타났다.

지난 1월 데뷔 싱글 앨범 ‘Lay.T’를 발매하고 동시 타이틀 ‘말랑말랑’과 ‘나 잡아봐’로 활동하고 있는 5인조 걸 그룹 레이티(LAY-T)다.

20대 여성들로 이루어진 레이티는 레이디가 티스코를 한다는 의미로 대한민국 트로트 가수의 평균 나이를 거침없이 낮췄다.

그들은 옆집 언니처럼 귀엽고 친근하지만 파워 풀한 안무와 트로트로 10대로 구성된 기존 걸 그룹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음악장르에 반전이 많은 그룹이에요. 싱글 두 곡도 다 느낌이 달라요. 트로트와 디스코 이외에도 팝,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습했어요. 보여 드릴 게 너무 많은데 어쩌죠? (웃음)” (일동)


▶ 아름다운 우리나라 사랑하는 레이티

레이티의 데뷔 앨범은 남성듀오 ‘원투’의 오창훈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오창훈은 레이티에게 특정 부분은 바이브레이션을 꼭 6번을 넣어야 한다거나 섬세한 발음 하나하나를 요구했다. 무엇보다 ‘깔끔하게 부르되 귀여움을 잊지 말 것’을 강조했다고.

아름과 다은은 레이티를 에너지가 넘치는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하고 있던 액세서리가 하나도 없는 거에요”라며 “무대에서 노래하는데 뒤에서 앞으로 뭔가가 많이 날라왔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액세서리더라고요. 모두 떨리고 흥분해서 격했나 봐요. (웃음)”라고 회상했다.

곡의 장르만큼이나 멤버들의 이름이 재밌다. 아름, 다은, 우리, 나라, 사랑이라는 이름은 평소 애국에 힘쓴다는 소속사 대표의 아이디어다. 처음 기획한 이름은 우리, 나라, 민주, 주희, 만세였지만 팀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맏언니 다은의 강력한 반대에 지금의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다.

레이티는 가수로 데뷔하기 전 레이싱걸과 재즈 피아노 입시 선생님, 서울시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 등 다양한 경험과 화려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가수라는 꿈이 그들을 하나로 묶었다.

“학창시절 12년 단골 계주 선수였어요.” (나라), “오래달리기에 자신 있어요. 숙소 근처 공원에서 하루에 1시간씩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어요. 공원에 경찰도 운동하러 오시는데 절대 지지 않습니다.” (사랑), “지역 대표 도 대회 출신이에요. 달리기와 투포환이 주 종목이었어요. 경기도대회에서 멀리뛰기 4위와 투포환 5위에 입상했어요.” (우리)


▶ “천상여자? 번지점프도 문제없어요”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레이티 멤버들의 탄탄한 몸매는 노래만큼이나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소속사 대표는 멤버들에게 번지점프와 다양한 운동을 제안하며 자신감 고취와 강한 정신력을 키우기에 앞장섰다.

그래서일까? 멤버들은 가수 활동 이외에 도전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망설임 없이 '아이돌 육상 대회', '드림팀', 프로야구 시구와 시타라고 외쳤다.

자신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모태 열혈팬이라고 자청하고 나선 나라는 “부모님께서 LG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왔다가 사랑에 빠지셨고 결혼에 골인하셨어요”라며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그날을 위해 프로야구 시구·시타 역사에 남을 만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시구에 대한 강한 투지를 드러냈다.

레이티는 이미 두 차례 프로농구 시투를 선보였다. 그들의 첫 방송 또한 게임 방송이었다. 유독 스포츠와 인연이 깊은 레이티다.

“지스타 온게임넷 생방송으로 데뷔했어요. 무대 위 3분이 기억 속에서 삭제됐어요. 너무 떨려서 기억나지 않아요. 당시 기분은 잊을 수 없어요.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나라), “무대에 올라가 음악이 시작되기 전 멤버들을 돌아봤는데 다들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나도 너희만큼 예뻐?’라고 물어봤어요. (웃음)” (우리)

레이티 역시 걸 그룹이라면 빗겨갈 수 없다던 ‘군부대 무대’라는 통과의례를 거쳤다. 그들은 “하~ 대스타가 된 줄 알았어요. (웃음) 이래서 걸 그룹들이 군부대 군부대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태어나서 제 목소리가 그렇게 안 들리긴 처음이에요. 최고!”라며 당시의 폭발적인 반응을 회상하듯 말했다.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다던 그들에게 내친김에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성을 잃고 목청 터져라 외치는 군인이라는 대답을 예상했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마금산온천축제’에 갔었어요. 어른들이 좋아해 주실 거로 생각했는데, 초등학생들이 더 좋아해 주더라고요. 무대에서 내려왔는데 학습지를 찢어서 쓴 편지와 함께 천 원을 주더라고요. 그러더니 ‘줄게 이것밖에 없어 미안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첫 팬레터를 준 황진아 학생이 저랑 생일까지 똑같아서 펑펑 울었어요.” (우리)

▶ 늦은 나이에 펼친 날개…비상 꿈꾼다!

레이티는 팬 한명 한명과 인사하고 손을 맞잡는 가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교감한 팬들이 결국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팬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게 레이티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아들딸 손자 손녀가 모두 함께 듣고 즐길 수 있는 국민 그룹을 꿈꾸고 있다. 내친김에 빌보드 진출도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예의, 의리, 팀워크가 괜찮은 아이들로 기억되고 싶어요. ‘춤, 노래, 인간성 다 좋은 그룹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꿈을 쫓아 왔기에…하루하루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지고 산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매순간 최선을 다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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