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K’ 이명세 감독
영화 ‘미스터K’의 제작사 JK필름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참석한 JK필름 길영민 대표는 “촬영이 멈춘지 한달 정도가 됐다. 이명세 감독님은 영화계에서 가치있는 분인데 상황이 이렇게 진행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어떤 영화를 만들자’라는 큰 틀에서부터 서로의 생각이 어긋난 것 같았다. 촬영이 진행돼서야 서로 생각이 달랐음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 이명세 감독 “태국 촬영은 소스 촬영” VS JK필름 “드라마 촬영이었다”
첫 번째 갈등은 태국 촬영때였다. 2012년 3월 크랭크인한 ‘미스터K’는 12일부터 17일까지 태국에서 촬영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
JK필름측은 “이명세 감독은 태국에는 CG작업을 위한 ‘소스 촬영’을 하러 갔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게 아니었다. 주연배우들이 스탠바이 상태였고 동시녹음 스태프도 있었던 상태였으며 시나리오에 드라마가 있었다. 결코 소스촬영만을 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외 촬영이후, 한국에 돌아온 촬영 스태프들은 3월 29일, 30일에 경기도 양수리에 있는 세트에서 4회차 촬영을 했다.
그리고 4월 4일, 제작사 JK필름은 10회차 현장편집본을 확인한 후 영화 내러티브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이명세 감독과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 메일에서 시작된 오해…이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이러한 오해는 ‘메일’로 인해 번졌다. 편집본을 확인한 제작진은 이명세 감독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4월 5일 윤제균 감독에게 이명세 감독님과 상의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5일부터 사전 예약된 11회차 촬영을 진행하고 있던 차라 촬영이 끝나는 6일 후에 하자는 윤 감독의 뜻대로 작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길 대표는 “이명세 감독이 화가 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윤 감독이 ‘처음 의도와 다르게 차이가 있는 것 같으니 이야기를 하자’고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촬영장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메일이 직접적이고 전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메일이 결국 화근이 된 것 같다.
밖에서는 ‘윤제균 감독이 감독자리를 꿰차려는 속셈’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임 감독에게 2번째 메일을 보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섭섭하다. 잠적이 정답은 아니다. 해결책이 있으니 대화해서 찾자’고 했다.
8일 이명세 감독이 JK필름에 방문해 윤제균 감독에게 “이미 변호사를 섭외했으니 법대로 하자”고 말했다.
이후 16일 이명세 감독은 16일 윤제균 감독을 만나 “코미디는 윤제균이 찍고 액션은 내가 찍자”며 공동연출을 제안했지만 JK필름측에서는 “솔직히 진심이 안 느껴지는 제안이고 두 감독이 따로 찍어 붙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거절했다”고 전했다.
길 대표는 “이명세 감독은 이에 대해 ‘창작자와 자본의 싸움’이라고 몰고 갔고 투자자인 CJ 측에서 지금 33억을 들였지만 영화를 엎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이명세 감독은 ‘윤제균 감독의 앞길을 막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고 21일 ‘미스터K’ 조감독을 통해 이명세 감독의 하차의사를 전달받았다. 명분과 실리는 정태원 태원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야기하라고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 위자료 공방, JK 필름 “2억 제안했다”
JK필름 측은 “감독님 드릴 잔금이 1억 5000만 원 정도 남아있었고 이것 저것 더해 약 2억 원을 제안했다. 근데 그 배를 요구하셨다”라고 전했다.
항간에 이명세 감독이 “10억을 달라”고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미스터 K’ 촬영으로 거절했던 삼성에서 제안한 광고 등을 합쳐 10억 원이라고 정태원 대표님께 말씀을 하셨다. 10억이란 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했고 의미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길 대표는 “그 당시는 저희를 위해 물러나주신 감독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한 맘에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하차 기사’가 뜨자 이명세 감독님이 분노하시며 ‘그만둔다는 말을 한 적 없다’라고 하시며 화해의 자리가 무산됐다. 아마도 돈 부분이 확실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사가 나신 것이 화가 나신 것 같다”고 전했다.
▶ JK필름 “감독이 아이디어 냈다고 다 자기 것? 말도 안돼”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길영민 대표는 24일 이명세 감독이 영화 ‘미스터K’를 자신의 이름으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등록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길영민 대표는 “‘미스터K’는 초고인 ‘협상종결자’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어떻게 그걸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누구나 작품을 만들며 아이디어를 내는 데 감독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감독의 것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JK필름측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명세 감독이 등록한 저작권에 대해 말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저작권을 등록한 이명세 감독에 대해 또 다른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 말소가 된다면 이명세 감독에 대한 법정 소송은 하지 않을 계획.
길 대표는 “이명세 감독님과 대립을 하거나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없다. 오해가 잘 풀리고 정리가 잘 되면 앞으로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명세 감독이 하차한 ‘미스터 K’는 현재 영화 ‘해운대’, ‘퀵’ 조감독을 했던 이승준 감독이 연출을 맡아 5월 중순부터 촬영을 재개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분량 중 총 10분의 분량이 나온 상태이지만 새로운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시나리오 변경은 불가피할 것 같다.
길 대표는 “현재 거의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를 받았던 시나리오 내용이 들어간다. 이미 찍어뒀던 10회차 촬영으로 33억원을 썼다. 원래 총 95회차였던 촬영분도 줄일 수 있다면 줄여 예산에 맞출 생각이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