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돌며 노인 5000명 속여… 8명 구속영장-62명 입건
전 천하장사 씨름선수인 이준희 씨(55)가 포함된 건강식품 사기단 7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전국의 농촌 노인 5000여 명을 상대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팔아 19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충남 당진경찰서는 14일 사기단의 총책인 이모 씨(55)와 1980년대 천하장사로 씨름판을 주름잡던 이준희 씨 등 8명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6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충남 금산군 등지에 건강기능식품 판매점을 차린 뒤 노인들에게 이들 식품을 10배 가까이 비싸게 판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19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재건축 등으로 빈 사무실을 싸게 임대해 ‘떴다방’처럼 활용한 뒤 도주하기도 했다.
이들은 노인들에게 시·군청이나 사회복지시설, 택시조합 등이라며 속여 전화를 걸어 노인들을 모은 뒤 관광버스로 축제장 등을 돌며 식사를 제공해준 다음 건강기능식품 판매장으로 데려가 효능을 과장해 제품을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죽으면 돈을 싸가지고 갈 것이냐”는 등의 말까지 하며 노인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기도 했다. 한때 좋은 경기매너로 ‘모래판의 신사’로 통하던 이준희 씨는 사기 조직의 ‘바지사장’으로 활동하며 시연 강사로 나서 식품의 효능을 과장 선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이 대부분 정이 그리워 작은 호의에도 현혹될 수 있고 질병으로 인해 자식들의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범죄”라며 “이런 사기 판매가 과도한 비용청구 등으로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수사와 홍보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KBS ‘천하장사 만만세’ 방송 캡쳐
당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