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수 KDB대우증권 감독. 스포츠동아DB
“그 친구, 이번에 올림픽에 또 나가요. 28년간 국가대표라니, 굉장한 일 아닙니까. 자부심이 엄청날 겁니다.”
김택수 KDB대우증권 감독(42)은 ‘탁구 전설’ 요르겐 페르손(46·스웨덴)을 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유남규 탁구 남자대표팀 감독(44)과 김 감독이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지금도 페르손은 당당히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페르손을 보면 지금도 뛰고 싶은 생각이 막 듭니다. 제가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 이미 유명했던 선수인데, 아직도 뛰잖아요.”
김 감독은 “페르손에게 당한 기억이야 많지만, 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졌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영화 ‘코리아’의 무대가 된 바로 그 대회다. 페르손이 ‘노장’이란 말도 부족할 만큼 오래된 선수이다보니, 선수 시절 호적수의 인상적인 기억도 무려 21년 전 얘기다. 김 감독이 떠올리는 페르손은 ‘승부욕 강한 신사’다.
“승부욕이 무섭게 활활 타오르는 선수예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선수 생활 하는 거죠. 그런데 또 딱 승부가 가려지면, 깔끔하게 승복하더라구요. 매너가 참 좋았어요.”
김 감독은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만나다보니, 대회 끝나면 맥주 한 잔 하거나 골프도 치고 아주 편안한 사이가 됐다”라고 회상했다. 김 감독에게 ‘숙적’ 얀 오베 발트너(47)와 페르손의 비교를 부탁했다.
“발트너는 아마 역대 최고의 재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국 선수들은 사실 치열한 경쟁 속에 만들어진 재능인 반면에, 이 선수는 그야말로 타고난 재능이거든요. 반면에 페르손은 올림픽 7번 나가는 거 보면 아시겠지만, 자기관리와 성실함의 표본이죠. 탁구가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이 변했는데요. 체력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 감독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30·삼성생명)의 정신적 지주로 활동하며 왕하오(30·중국)의 코치 류구오량(46)과 ‘코치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페르손은 이번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고 했다’라는 기자의 말에 김 감독의 승부욕이 다시 발동했다.
“그거 재미있겠네요. 새삼 가슴이 뜨거워지는데요? 앞으로 대회에서 좋은 코치 라이벌로서 또 만나고 싶습니다.”
인천 삼산|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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