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형제-신사동 호랭이 등 아이돌 음악 주류
청담동파: 트렌드 상관없이 자신만의 스타일 추구
윤일상 김형석 등 꾸준히 독자 브랜드음악 만들어
‘동대문·청담동 음악을 아시나요?’
신인 작곡가 이현수(32)는 일본의 음반 기획사에서 기획 및 디렉터로 약 10년 동안 일하다 2011년 한국에 정착해 작곡에 몰두해 왔다. 2010년 작곡가 데뷔곡 ‘라크가키’가 일본 가수 미야시타 마이카를 통해 오리콘 2위에까지 오르면서 전문적으로 작곡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좋은 곡’을 쓰고 싶다는 의욕만으로는 곡이 잘 나오지 않고, 어떤 스타일의 곡을 써야 ‘좋은 곡’으로 인정받을지, 어떤 경로로 판매되는지도 몰라 답답하던 차에 한 선배 작곡가가 해준 충고가 머리를 맑게 해줬다.
“처음부터 ‘청담동 음악’을 하기보단 ‘동대문 음악’으로 시작해 보는 게 어때?”
음악은 곧 패션이다. 모두 분명한 유행의 흐름이 있고, 젊은 소비자들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처음부터 명품이 되는 브랜드는 없다. 세월이 흘러야 하고, 꾸준히 사랑을 받아야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동대문 패션은 빠른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도 있지만 나름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개성이 묻어나는 스타일이 공존한다. 또 빨리 만들어져 빨리 소비되지만, 늘 일정한 유행을 담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매장을 찾아 상품을 구매하게 한다. 트렌드를 만들어 낼 감각이 있다면, 명문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동대문을 ‘패션의 메카’라 부른다.
요즘 ‘아이돌 음악’이라 불리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댄스음악이 ‘동대문 패션’에 비유된다.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등이 ‘동대문 음악계’의 유명 인사로 꼽힌다.
‘청담동 음악’은 서울 청담동 명품 거리의 패션 트렌드에 빗댄 말이다. 명품은 유행을 좇지 않으며, 트렌드에 상관없이 브랜드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때론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대부분 유명한 학교에서 수학해 ‘스펙’도 좋다. 오랫동안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든 김형석, 윤일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동대문에서 인정을 받으면 명품 브랜드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자기의 이름을 내건 매장을 내는 경우도 많다. 드라마 ‘패션왕’의 실제 모델인 최범석은 고졸에 동대문 출신이지만, 지금은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는 이미 자기 브랜드를 낼 만큼 명성을 쌓았다. 최근 엠블랙의 ‘전쟁이야’, 백지영의 ‘굿 보이’ 등을 만든 이단옆차기는 막 동대문에서 떠오르는 디자이너일 것이다.
이현수는 현재 동대문 패션 타운 입점을 기다리고 있다. 판매를 위해 이미 만들어 둔 몇 작품도 있다. 앞으로 그는 각계각층의 소비자들이 찾는 동대문에서 독창성 있으면서도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낸다는 생각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