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각시탈’에서 카리스마에 관능미까지 더한 눈썹 연기를 펼치고 있는 한채아. 화려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주원과 펼칠 멜로 장면 연기에 엄살을 피운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눈썹만 치켜들어도 카리스마 작렬?
‘색계’ 탕웨이 보며 갈고 닦았죠
화려한 의상? 1억원도 넘는대요
‘각시탈’ 죽여야 하는 비운역인데
귀여운 주원이 생각나 자꾸 웃음이…
드라마 ‘적도의 남자’가 엄태웅의 동공 연기로 통했다면 그 인기를 이어받은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에서는 한 여인의 눈썹 연기가 일품이다.
각시탈(주원)을 제거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미모의 스파이 채홍주 역의 한채아(30). 때로는 가수로, 때로는 갬블러로, 때로는 폭탄을 제조하고 암호를 해독하는 첩보원으로 뇌쇄적인 팔색조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는 ‘각시탈’의 히든카드다.
극 초반 분량이 아직 많지 않지만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눈썹만 조금 치켜 올려도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일명 ‘눈썹 카리스마 연기’는 훗날 한채아의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화려한 의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채아가 입고 등장하는 기모노와 각종 장신구는 1억 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이다. 한채아는 “의상은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극중 클럽 엔젤의 댄서들보다도 더 화려해야 하면서도 도도하고 우아해야 한다. 연출자 윤성식 감독님과도 수 십 번의 회의 끝에 채홍주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연기보다 의상에 더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기모노 역시 일본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문가로부터 기모노 예절법이나 걸음걸이 등 세밀한 부분까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채홍주는 드라마의 원작인 동명 만화에는 없는 캐릭터. 윤성식 PD와 유현미 작가가 친일파 배정자를 모티브로 탄생시킨 인물이다.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 한채아는 영화 ‘색, 계’의 탕웨이를 참고했다. 그는 “탕웨이의 눈빛을 유심히 관찰했다. 무언가를 얘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눈빛.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고 하게 된 눈썹 연기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각시탈’은 일제시대를 그린 작품이라는 이유로 한류스타들이 출연을 거부해 캐스팅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채홍주 역 역시 당시의 영웅인 이강토(주원)를 죽여야 하는 인물로 자칫 미움을 살 수 있는 캐릭터다.
한채아는 같은 배우로서 그들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혹시 손해를 보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겐 캐릭터가 우선이었다. 힘든 캐릭터일수록 연기를 하고 난 뒤 성취감이 더 크다. 그리고 요즘 시청자들은 예전보다 더 열린 사고를 하고 있고,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채아는 극이 전개되면서 죽여야 하는 대상인 ‘각시탈’ 주원을 사랑하게 되는 비운을 맞게 된다. 실제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주원과 멜로 연기를 준비해야 하는 그는 걱정부터 앞선다며 웃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카리스마 넘치는 이강토이지만 ‘컷’ 소리만 나면 귀여운 남동생으로 돌변하는 주원 때문이다.
“멜로신을 찍을 때는 평소 귀여운 주원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철저하게 캐릭터 이강토에만 집중하고 연기해야 하는데 걱정이 좀 되는 건 사실이다. 하하!”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