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루 뿌린 장미, 런던서 활짝 펴라”

입력 2012-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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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대표팀 출국 전 단체 기념사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 본진, 희망찬 출발

남현희 시아버지, 꽃다발에 금가루 뿌려 금메달 기원

세번째 출전 황경선 “태권도 사상 첫 2연패 하이킥!”

남자하키 대표팀 장종현 “이번엔 우리가 사고칠 것”

2012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20일 장도에 올랐다. 본진은 이기흥(대한수영연맹 회장) 선수단장을 포함한 본부 임원 15명, 펜싱 20명, 하키 38명, 태권도 8명, 복싱 4명, 역도 8명, 육상 8명 등 선수와 지도자로 구성됐다. 한국은 10개 이상의 금메달로 세계 10위권 이내 수성을 노린다. 이날 선수단과 선수들을 배웅하러 나온 가족, 친지들은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인천국제공항의 상공으로 비상한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내 자신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현희(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남현희, 시아버지의 깜짝 선물 ‘금가루 뿌린 장미의 힘으로’

‘한국 펜싱의 대들보’ 남현희(31·성남시청)는 장미 꽃다발 하나를 들고 있었다. 시아버지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장미의 꽃봉오리 위에선 금가루가 반짝이고 있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금메달을 기원하며 금가루를 뿌린 것이다. 남현희는 지난해 11월 사이클선수 공효석(26·금산군청)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이후 실력은 더 원숙해졌다. 심리적 안정 속에서 운동에만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댁의 전폭적 지원은 큰 힘이 되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시할머니는 손자며느리를 응원하기 위해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남현희는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정말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이제 모든 기술이 몸에 익어서 자동화된 단계까지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머니 원신희 씨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남현희는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번째 장도에 오르는 황경선, “매번 다른 느낌”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황경선(26·고양시청)은 이번이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다. “매번 비행기에 오르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고등학생(서울체고)이었고, 처음 올림픽 출전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어리둥절했어요. 아테네 때 동메달을 땄으니까,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는 정말 비장하게 비행기에 올랐어요. ‘꼭 금메달을 따겠다.’ 이런 마음이었죠.” 시련과 영광의 순간을 겪으며 황경선은 더 단단해졌다. 이제는 부담조차도 달관하는 단계다. “오늘은 마음이 정말 가볍네요. 지금은 여유가 많아요. 비행기 안에서는 영화 보고, 음악 듣고, 게임 하고…. 런던까지 편한 마음으로 가려고요.” 황경선이 런던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한국태권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의 신화를 쓴다. 그러나 압박감은 이미 하이킥으로 날린 지 오래였다. 출국장으로 향하는 황경선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남자하키대표팀, “이번에는 사고 칠 것”

이날 인천국제공항은 취재 열기로도 뜨거웠다. 유력한 메달 후보인 남현희와 황경선, 태권도대표팀의 막내 이대훈(20·용인대) 등에게는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다. 뜨거운 관심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었지만, 남자하키대표팀 역시 반란을 준비 중이다. 장종현(28)은 “우리가 이번에 사고를 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웃었다. ‘대표팀의 터줏대감’ 서종호(32·이상 김해시청) 역시 “호흡도 잘 맞고,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릿빛 피부는 그들의 훈련량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키판 ‘우생순’을 꿈꾸는 대표팀은 어깨동무로 서로를 다독이며 장도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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