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개막]“남조선 국기가 왜 나오나” 北女축구 발끈

입력 2012-07-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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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소개 전광판에 태극기 北 퇴장… 경기 1시간 지연, 조직위 “명백한 실수” 사과
“우리 선수들이 다른 나라 국기와 함께 소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남조선 국기와 함께 소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신의근 북한 여자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북한과 콜롬비아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축구 조별리그 G조 1차전이 열린 25일(이하 현지 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든파크 경기장. 오후 7시 45분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던 북한 선수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선수를 소개하는 화면이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나타났을 때 자신들의 얼굴 옆에 ‘인공기’가 아닌 ‘태극기’가 자리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발견한 북한 선수들은 즉시 그라운드를 떠났고 코칭스태프는 대회 관계자에게 격렬히 항의했다.

입장을 거부하던 북한 선수들은 화면이 수정된 뒤에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경기는 오후 8시 50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신의근 북한 감독은 “대표팀 경기에서 국기가 잘못 표시된 것은 큰 문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끝까지 경기장에 나가지 않으려 했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적인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조직위원회는 “전광판에 북한의 국기 대신 한국의 국기가 나온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북한 대표팀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경기에서 북한은 두 골을 넣은 김성희의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북한은 프랑스를 4-2로 꺾은 미국과 승점 3(골득실+2)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2위에 자리 잡았다. 2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 예상국(미국, 일본, 브라질)을 위협할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북한 여자 축구의 기본기와 체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이날 ‘태극기 해프닝’과 관련해 “대회 주최 측의 실수는 과거의 악명 높은 실수를 연상시킨다”며 유사한 사례를 소개했다. 올 3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한 사격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카자흐스탄 선수가 금메달을 수상하는 과정에서 국가 대신 카자흐스탄을 희화화한 영화에 삽입된 곡이 나와 물의를 빚었다. 5월에는 런던컵에 참가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하키 선수들이 영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현재 사용되는 국가 대신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옛 백인정부가 유지했던 흑백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하던 시절의 옛 국가를 들어야 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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