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메달은 국적을 묻지 않는다

입력 2012-07-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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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 끄는 ‘귀화 - 무국적’ 참가선수들 사연
“열심히 하되 (한국 다음으로) 2등만 해.”(황도하 대한양궁협회 부회장)

“그럼요, 우리는 2등이 목표입니다.”(이웅 멕시코 대표팀 감독)

27일 런던 올림픽 양궁 남녀 랭킹라운드가 열린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여느 대회처럼 이곳에서도 한국인 양궁 지도자들의 작은 ‘동창회’가 열렸다. 하지만 외모는 한국인인데 다른 나라 마크를 달고 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일본에 귀화한 여자선수 엄혜련(일본명 하야카와 렌·25)이 그 주인공이다.


○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올림픽 출전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그렇지만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게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처럼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엄혜련도 그랬다. 고교 졸업 후 실업팀 현대모비스에서 뛰었지만 태극마크를 단 적은 없다. 올림픽 출전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엄혜련의 언니 엄혜랑이 양궁선수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출전했다. 엄혜련은 지난해 언니의 권유로 일본 대표 선발전에 나갔다가 덜컥 대표로 뽑혔다. 엄혜랑은 탈락해 자매의 동반 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언니와 동생은 각각 2006년과 2007년 일본에 귀화했다.

2008년 호주 국가대표 마크를 달고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던 남자 선수 김하늘은 이번 대회엔 나오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호주로 귀화했다”던 그는 호주 대표팀의 단체전 출전이 불발되면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 아들을 위해 국적을 바꾸다

미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간판 카투나 로리그도 대표적인 귀화 선수다. 소련 국가대표였던 그는 소련이 망한 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는 독립국가연합 소속으로 참가했다.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는 출생지인 그루지야(현 조지아) 대표로 출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는 미국 대표가 됐다.

이번 대회까지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기계체조의 옥사나 추소비티나 역시 세 차례 국적을 바꿨다. 1992년에 독립국가연합 대표였다가 이후 3개 대회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병 치료를 위해 독일로 옮긴 뒤 2008년 대회부터 독일 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추소비티나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오륜기 달고 뛰는 무국적 선수들

한편 이번 대회에는 국적 없이 뛰는 선수도 4명이나 된다.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출신의 프힐리피너 판 안홀트(요트), 레히날트 더 빈트(유도), 리마르빈 보네바시아(육상)와 남수단의 구오르 마리알(마라톤)이 주인공이다.

신생국 남수단에서 온 마리알도 ‘신생 회원국은 최소 2년 후 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했으나 마지막에 구제됐다. 이들은 오륜기를 달고 뛴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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