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2012 박태환 vs 2008 박태환… 숨소리까지 강해졌다

입력 2012-07-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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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이 열린 그리스 아테네. 열다섯 살 앳된 소년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 버저가 울리기도 전에 스타트를 끊었다. 결국 물에 ‘몸만 담그고’ 바로 실격. 소년은 탈의실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2. 4년 뒤 중국 베이징. 어느새 훌쩍 커버린 소년은 같은 종목에 출전했다. 두 번 실수는 없었다. 거짓말 같은 스피드로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경쟁자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 그리고 또 4년 뒤 영국 런던. 이제 청년 냄새가 풀풀 나는그가 다시 한 번 결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SK텔레콤)얘기다. 4년 전 ‘베이징 박태환’과 현재의 ‘런던 박태환’.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
“베이징 올림픽 때보다 긴장은 덜 된다.”

21일 런던에 도착한 박태환의 첫마디였다. 물맛이 생각보다 짜지 않다는 등 너스레도 떨었다. 이를 들은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태환이의 심장이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박태환의 긴장을 풀어주는 심리치료제는 음악과 그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 감상. 물론 긴장을 덜 한다고 방심한다는 얘긴 아니다. 박태환은 “주변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은 더 커졌다. 결코 방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외모도 변했다. 얼굴은 소년티를 벗었다. 갸름한 얼굴엔 남자다운 선이 붙었고, 눈빛에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박태환의 어머니 유성미 씨는 “베이징 대회 당시만 해도 여성 팬 가운데 ‘누나 팬’이 90% 이상이었는데 이제 절반은 ‘오빠 부대’”라고 귀띔했다.

박태환의 신체 변화에서 핵심 키워드는 ‘근육’. 기존의 날렵하던 몸매가 한눈에 봐도 탄탄해졌다. 박태환 전담팀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박태환의 체지방률은 약 10.5%. 지금은 8.5% 정도로 줄었다. 반면 체중은 74kg에서 77kg으로 늘어났다. 체중 증가는 근육량이 늘어서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가슴 두께는 2cm가량 더 두꺼워졌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량도 10∼15% 증가했다. 특히 단거리에 유리한 속근(速筋)이 발달했다는 게 주목할 부분. 전담팀의 체력담당 권태현 트레이너는 “박태환은 지구력에 유리한 지근(遲筋)을 타고났다. 순간적인 폭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속근 발달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타고난 지구력에 스피드까지 갖췄다는 얘기다.

특유의 장점이던 폐활량은 4년 전보다 더 늘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박태환의 폐활량은 6900cc. 예선 탈락했던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선 6700cc 정도에 머물렀다. 그랬던 폐활량을 현재는 7200cc까지 만들었다.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훈련한 덕을 봤다.

영법(泳法)도 4년 전 박태환이 아니다.

베이징 대회 때 박태환은 잠영은 물론이고 돌핀킥도 거의 하지 않았다. 물의 저항과 싸워야 하는 수영에서 그 저항을 덜 받으려면 물속에서 하는 헤엄인 잠영이 필수. 적은 에너지로 빠른 속도를 이끌어내는 돌핀킥도 중요하다.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 아래 지옥 훈련을 한 덕분에 지금 박태환의 돌핀킥은 5, 6회에 이른다. 잠영으로는 최대 13m까지 갈 수 있게 됐다. 팔을 젓는 스트로크 역시 체력이 더 소모되지만 효율성은 높은 ‘I’형으로 바꿔 경쟁력을 높였다.

박태환이 받을 포상금 규모도 4년 전과 달라졌다. SK텔레콤은 박태환의 성적에 따라 금메달 1억5000만 원, 은메달 8000만 원, 동메달 500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을 딴 박태환은 합쳐서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박태환의 연금점수는 282.7점. 연금 월별 수령 상한선인 110점을 한참 뛰어넘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하나 따면 7000만 원, 2개 따면 1억30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쥐게 된다.

베이징에서 박태환은 컨디션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 베이징의 탁한 공기에 대비해 코치진은 공기청정기 9대를 준비했고, 대한체육회는 코 마스크를 지급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바나나를 마이크 삼아 이야기하고, 기자들이 건네는 농담은 재치 있게 받아친다. 29일 새벽 자유형 400m 결선을 마친 뒤 박태환은 어떤 모습일까.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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