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28일(현지 시간) 런던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0초대의 세계신기록을 목표로 삼았던 박태환의 전략이 ‘실격 해프닝’으로 꼬였다. 마지막 100m 랩타임 목표를 53초로 세웠지만 55초43으로 들어왔다. 결국 이 차이가 메달 색깔을 갈랐다.
올림픽에서 실격 판정이 번복된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 박태환의 분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국제수영연맹(FINA)의 출발 규정은 엄격하다. FINA 경영 규정 4조인 출발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은 ‘제자리에(take your marks)’라는 신호가 나온 뒤 출발대에서 한 발이 앞으로 나온 자세를 취한 뒤 출발 신호가 나올 때까지 움직이면 안 된다. 출발 반응 속도로 인한 미세한 차이가 경기 결과를 뒤바꿀 수도 있기에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전부 차단한다. 모든 선수가 동작을 멈추면 심판은 출발 신호를 울린다.
박태환이 실격 판정을 받은 건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미세하게 움직였다고 심판진이 판단해서다. 당시 출발 대기를 하던 선수들을 공중에서 촬영한 화면을 보면 박태환이 미세하게 어깨를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팀의 이의 제기로 비디오를 다시 분석한 결과 박태환이 출발대에서 움직인 건 더 빠르게 출발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음이 인정됐다. 노민상 전 수영 대표팀 감독도 “저 정도로 실격 판정을 내린다면 심판의 자질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 빌 호건 심판
실격 판정은 현장 심판이 내린다. 처음엔 그 심판의 국적이 중국으로 알려졌다. 국내 팬들은 “박태환의 라이벌인 쑨양(중국)에게 금메달을 주기 위한 음모”라며 흥분했다. 이러한 주장은 얼마 안 돼 해프닝으로 판명됐다. 미국 AP통신이 “박태환의 실격을 판정한 사람은 캐나다의 빌 호건”이라고 보도한 뒤부터다. 그런데 ‘음모론’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오심으로 박태환이 실격됐을 경우 결선에 오를 뻔한 선수가 캐나다 국적인 라이언 코크런이었기 때문. 이와 관련해 피에르 라퐁텐 캐나다 수영연맹 회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심판은 그들의 능력 때문에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며 호건을 옹호했다. 코넬 마컬레스쿠 FINA 전무 역시 “아마도 단순한 실수일 것”이라고 음모론을 일축했다.
한편 미국 NBC 방송은 “현장 심판이 다른 선수의 부정출발을 발견한 상황에서 레인 번호를 착각해 박태환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호건의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 ‘오버’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올림픽 수영 심판에 캐나다 심판이 배정된 건 호건이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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