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포커페이스’ 홍명보 감독 “이제는 가봉이다”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승리의 짜릿함을 그라운드 안에서 경기종료 직후에만 잠깐 만끽했다.
한국은 30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위스를 2-1로 누르며 8강행에 청신호를 켰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홍 감독은 무표정했다. 홍 감독에 앞서 인터뷰를 한 패장 스위스 피엘루이디 타미 감독보다 표정이 오히려 더 어두웠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에서 홍 감독을 다시 만났다. 조금 전보다는 한결 편안한 상황에서 잠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눴다. “이기고도 표정이 좋지 않다”는 질문을 받고 홍 감독은 그제야 싱긋 웃었다.
“선수들에게 경기 끝난 뒤 승리는 잊고 다음 가봉전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감독인 나부터 히죽댈 수 없는 노릇 아니냐.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홍 감독도 경기 중에는 선수들과 울고 웃고 호흡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이날도 박주영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홍 감독은 벤치에 앉은 모든 코칭 및 지원스태프와 환호했다. 김보경이 두 번째 결승골을 넣은 뒤 벤치로 달려오자 두 팔을 벌려 기다리고 있다가 힘껏 안아줬다. 26일 멕시코와 1차전에서 종료 직전 실점 위기를 넘겼을 때는 털썩 주저앉을 듯 고개를 숙이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리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면 다시 그는 냉정한 승부사로 돌아온다. 이제 조별리그 2경기만 치렀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홍 감독 말마따나 본격적인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코번트리(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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