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경험부족 후배들 이끌며 선제골깵 맘고생 싹

(왼쪽) 김창수, (오른쪽) 정성룡
홍 감독은 6월 ‘병역 논란’ 박주영(27·아스널)과 함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해외에서 장기 체류 허가를 받아 병역을 10년 연기해 사실상 병역을 편법 면제받았다는 비난을 들은 박주영은 성인대표팀의 ‘킬러’로 골 결정력이 약한 올림픽팀에 꼭 필요했다. 그런데 병역 논란에 대해 ‘나는 떳떳하다’며 아무런 설명이 없는 박주영을 뽑기 위해선 ‘대국민 담화’가 필요했다.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박주영은 “은퇴하고 꼭 입대한다”고 국민 앞에 선언했다. 홍 감독은 “주영이가 안 가면 내가 간다”며 힘을 실어줬다.
홍 감독이 박주영에게 집착한 이유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의 경험 때문. 당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뽑았는데 자신을 버리고 팀워크를 위해 헌신해 후배들이 아주 잘 따랐다.
골키퍼 정성룡(27·수원)은 ‘삼고초려’해서 선발했다. 이운재(39·전남)를 이은 국내 최고의 골키퍼.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수원으로선 내주기 쉽지 않았지만 홍 감독의 적극적인 설득에 두 손을 들었다. 홍 감독은 23세 이하 골키퍼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정성룡을 낙점해 ‘작업’했다. 김창수(27·부산)는 수비수이면서도 공격 본능이 뛰어나 뽑았다. 부산의 주장으로 책임감이 강한 것도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 감독의 이런 세심한 와일드카드 선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박주영은 30일 열린 스위스와의 올림픽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후반 12분 그림 같은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려 2-1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정성룡은 스위스의 기습 공격에 골을 내줬지만 경험이 부족한 수비라인을 지휘하며 듬직하게 골문을 막아 첫 승을 지켰다. 김창수는 경기 내내 과감한 오버래핑은 물론이고 폭 넓은 활동량으로 공수에 활기를 불어 넣어 승리를 거들었다.
무엇보다 박주영과 정성룡, 김창수는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함께 해온 김보경(카디프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홍명보의 아이들’과 하나가 돼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와일드카드로 평가받는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