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사령부 엑스(X)에 게시된 구축함.

미국 중부사령부 엑스(X)에 게시된 구축함.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이른바 ‘모기 함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협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날 FT에 따르면 이란 남부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숨겨진 수백 척의 소형 고속정인 ‘모기 함대’는 신호가 떨어지면 호르무즈 해협으로 몰려들어 선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IRGC 소속으로 미국 해군에 맞서 해협 봉쇄 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소형 고속정 자체는 미국 군함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거나 현대식 유조선에 큰 피해를 입힐 수준은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하지만 IRGC의 미사일·드론 전력과 결합하면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과 달리 미국은 이 모기 함대를 평가절하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이란 해군은 완전히 파괴돼 158척이 바다 밑에 가라앉았지만 이란이 ‘고속 공격정’이라고 부르는 소수의 소형 함정은 위협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공격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빠르다고 해봐야 앞에 기관총 하나 달린 수준”고도 말했다. FT도 “미국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함대를 중동 지역에 배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모기 함대는 강력한 군대를 상대로 비대칭 전술을 구사하는 이란 전략의 상징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어 “오랫동안 테헤란의 가장 적극적인 해상 위협으로 여겨져 왔다”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처음 개발된 이 전술은 고속정들이 무리를 지어 느린 선박들을 위협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모기 함대는 잠재적 위협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는 IRGC가 다양한 성능의 무장 고속정을 500~1000척가량 운용 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유지한다면 모기 함대가 좁은 수로를 통제하는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미국 중부사령부는 최근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 중 고속정 6척을 격침했는데, 혁명수비대가 단 6척의 고속정만 출동시킨 것은 전력이 약화됐다는 증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모기 함대가 장기 작전에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점과 지리적 이점에 주목했다. 나디미는 “(모기 함대는) 공격받고 파괴되겠지만, 지속적으로 투입될 것“이라며 ”미국이 현재 수준의 배치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또 IRGC와 가까운 타스님 통신 편집자 메흐디 바흐티아는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이란은 항로를 쉽게 방해할 수 있다”며 “1%의 불안정만으로 선박 운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