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태환 쑨양 부모 특별대담 “쑨양이 지금 전화했어요, 박태환과 사진 찍었다고…”

입력 2012-08-06 0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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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의 아버지 박인호 씨(오른쪽 2번째)가 쑨양의 아버지인 쑨첸홍 씨(왼쪽 2번째)에게 선물을 전하고 있다. 박태환과 쑨양의 부모들은 수영선수 아들을 둔 동병상련을 공유했다. 런던|전영희 기자

박태의 아버지 박인호 씨(오른쪽 2번째)가 쑨양의 아버지인 쑨첸홍 씨(왼쪽 2번째)에게 선물을 전하고 있다. 박태환과 쑨양의 부모들은 수영선수 아들을 둔 동병상련을 공유했다. 런던|전영희 기자

스포츠동아-中신화통신 공동기획
박태환·쑨양 부모 ‘런던 특별대담’


아시아의 두 별을 길러낸 부모가 나란히 손을 잡았다. 박태환(23·SK텔레콤)의 아버지 박인호 씨, 어머니 유성미 씨와 쑨양(21·孫楊)의 아버지 쑨첸홍(孫全洪) 씨, 어머니 양밍(楊明) 씨가 4일 밤(현지시간), 런던에서 우애를 나눴다. 이번 만남은 스포츠동아와 중국 신화통신의 공동주선으로 이뤄졌다. 인터뷰 의사를 타진하던 시점부터 양쪽 부모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서로에 대한 각별한 속내를 내비쳤다. 신화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리정위(李拯宇) 기자가 통역을 맡아 원활한 대화를 도왔다. 두 부모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것과 쑨양의 부모가 한국 언론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환은 아들의 우상”“쑨양은 롱런 할 것”
‘아들바보’ 아버지들 기분좋은 칭찬릴레이
가슴 철렁했던 스타트 등 동병상련 얘기꽃
“항저우 초청합니다” “서울에 놀러 오세요”
박태환 부친 ‘한국 전통핀’ 정성 담긴 선물



●박태환 부모 표 없어 발만 동동, 쑨양 부모 “일찍 알았더라면…”

4일은 2012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결선이 열린 날이었다. 박인호-유성미 씨는 표를 구하지 못해 오전부터 발만 동동 굴렀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결국 경기장소인 아쿠아틱스센터에 들어갈 수 없었다. 쑨양의 부모와 경기장에서 만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반면 일찌감치 표를 구한 쑨첸홍-양밍 씨는 결선(오후 7시30분)이 열리기 2시간30분 전 수영장에 입장했다. 쑨양의 부모는 박태환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을 경기 종료 후 뒤늦게 들었다. 리정위 기자에 따르면, 쑨양의 아버지는 “만약 그런 상황을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표를 구해드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 덕담 주고받은 별들의 부모

경기 전, 양쪽 부모는 각각 스포츠동아와 신화통신을 통해 메시지를 교환했다. 쑨양의 아버지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박태환 선수를 본받았다. 박태환 선수와 그를 키운 부모님을 존경한다. 아들이 ‘박태환과 이번 대회에서 얘기를 나눴는데 참 좋은 사람이다’고 전하더라.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안 할 수 없지만, 둘 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태환의 아버지는 “쑨양 선수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처음 봤는데 그 때부터 큰 재목감이라고 느꼈다. 당분간은 쑨양 선수가 세계 정상을 유지할 것 같다. 같은 운동선수를 키우는 부모로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태환이는 1500m가 주종목이 아니라서 마음을 비웠다”고 답했다.


●쑨양 부모, 환희의 순간 더 즐길 겨를도 없이 이동

결국 박태환의 부모는 국제방송센터(IBC)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같은 시각, 수영장에선 쑨양의 부모가 아들의 1500m 세계기록(14분31초02) 수립에 기뻐하고 있었다(박태환은 14분50초61, 4위로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현장의 감격에 마냥 빠져 있을 겨를이 없었다. 경기 종료 후 박태환 부모와 약속이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쑨양의 부모는 시상식만 본 뒤 서둘러 아쿠아틱스센터를 빠져나왔다. 이들 부모의 첫 만남은 런던 올림픽파크 앞 스트래포드 인터내셔널(Stratford international) 역 근처에서 이뤄졌다. 서로를 알아보고 굳은 악수를 나눈 별들의 부모. 박태환의 아버지는 먼저 축하인사부터 전했다.


●“박태환은 쑨양이 숭배한 대상”, “당분간은 쑨양이 세계 최강”

박인호 씨(이하 박)=“만나서 반갑습니다. 쑨양 선수가 1500m에서 세계기록을 달성한 것을 축하합니다. 아시아선수로서 그런 업적을 이룬 것이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쑨첸홍 씨(이하 쑨)=“저 또한 반갑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박태환 선수는 쑨양이 숭배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훌륭한 수영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쑨=“쑨양은 어릴 때부터 박태환 선수를 좋아했습니다. 두 선수는 아시아의 영광입니다. 수영장 안에선 적수이고 경쟁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친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친분관계와 유대를 잘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 세계무대에서 아시아수영을 태환이가 먼저 알렸고, 이제 쑨양 선수가 정상에 섰습니다. 당분간은 쑨양의 아성을 넘볼 선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시아를 대표하는 큰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두 선수 모두 아시아권이 미국이나 유렵과 경쟁하는데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쑨양 선수는 기록도 좋고, 나이도 어리고, 신체적인 조건도 탁월해 롱런할 것 같습니다.”

함께 사진촬영을 한 박태환과 쑨양의 부모. 왼쪽부터 박인호-유성미 씨 부부, 쑨첸홍-양밍 씨 부부. 쑨양의 큰 키(198cm)는 역시 배구선수 출신인 부모의 유전자에서 나온 것이었다. 런던|전영희 기자

함께 사진촬영을 한 박태환과 쑨양의 부모. 왼쪽부터 박인호-유성미 씨 부부, 쑨첸홍-양밍 씨 부부. 쑨양의 큰 키(198cm)는 역시 배구선수 출신인 부모의 유전자에서 나온 것이었다. 런던|전영희 기자




●“키 큰 쑨양 부모가 부러워”, “박태환은 키 안 커도 속도가 탁월해”


박=“두 분 다 배구를 하셔서 그런지 부모님의 체격이 너무 좋으십니다(쑨첸홍 씨와 양밍 씨는 모두 배구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대학교수다. 쑨 씨는 신장이 188cm, 양 씨는 174cm다. 쑨양은 198cm로 박태환보다 무려 15cm 더 크다). 내가 부모로서 키가 좀 큰 아들을 못 둬서…. 부러워죽겠어요.”

쑨=
“박태환 선수는 두 분의 장점을 잘 계승한 것 같습니다. 정말 미남이시고…. 키가 크지는 않지만, 조율성이나 속도를 보면 아주 훌륭한 선수입니다. 박태환이 없다면 아시아수영의 경기 수준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고, 쑨양도 모범이 없어서 잘 성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박태환 선수가 기여한 바를 잘 기억하고, 박태환 선수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계 정상의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무대는 올림픽입니다. 베이징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을 땄고, 이 자리에서 쑨양이 금을 땄습니다. 아주 훌륭한 일입니다.”

(이때 급히 전화를 받고 돌아온 쑨양의 어머니는 “아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박태환 선수와 반갑게 사진을 찍었다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안쓰러운 아들…. 부모 마음은 다 똑 같아”


박=“오늘(1500m 결선에서) 우연찮게 (쑨양이) 태환이가 400m 뛸 때와 똑같은 일(실격 위기에 몰림)을 겪어서 부모님 가슴이 철렁하셨을 것 같아요.”


쑨=“네. 그렇습니다. 경기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돼요. 아들의 경기를 보면서, 수영 시작하고 15년 동안 아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생각합니다. 운동선수로서 높은 강도의 훈련을 받으며 힘들어할 때, 부모의 마음도 아픕니다. 너무 복잡한 감정이지요.”


박=“부모 마음은 다 똑같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워낙 운동 때문에 시간이 없다보니 이성과 교제할 틈도 없어요. 이제 그런 나이가 됐으니 저희도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여자친구 없니? 좋은 친구 있으면 집에 데려와서 소개도하고 그래라.’ 하지만 만날 시간이 없으니 안타깝지요. 교제를 해봐야 상대를 더 알 텐데…. 하지만 그건 운동을 접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태환이가 대학원에 등록돼 있어요. 부모 입장에서도 운동에 올인하기보다는 앞으로 운동과 공부를 병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본인이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해요. 한번 들어보고 결정하려고요.”

박인호 씨는 쑨양 부모와의 만남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박 씨가 준비한 선물은 한국 전통의 자개 문양으로 꾸며진 핀이었다. 뒷면에는 ‘London 2012 Park Tae Hwan’이 새겨져 있다. 런던|전영희 기자

박인호 씨는 쑨양 부모와의 만남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박 씨가 준비한 선물은 한국 전통의 자개 문양으로 꾸며진 핀이었다. 뒷면에는 ‘London 2012 Park Tae Hwan’이 새겨져 있다. 런던|전영희 기자



●“항저우로의 초대” “서울로의 초대”


박=“궁금한 게 있는데, 쑨양은 몇 살 때 수영을 시작했어요?”


쑨=“일곱 살입니다. 유치원 마치고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여름방학 때요.”


박=“우리 태환이도 유치원 다닐 때 시작했는데…. 다섯 살 때요.”


쑨=
“아주 인연이 아주 깊네요. 하하.”


쑨=“제가 이 자리에서 박태환 선수와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을 항저우(쑨양의 고향)에 초청합니다. 꼭 놀러 오시길 바랍니다.”


박=“하하하. 한국에 오시면 저도 한번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박태환 아버지가 준비한 선물 4개를 꺼냈다. 한국 전통의 자개 문양으로 꾸며진 핀이었다. 뒷면에는 ‘London 2012 Park Tae Hwan’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박=“선물을 쑨양 선수에게도 좀 전해주세요.”


쑨=“고맙습니다. 나중에 항저우 오시면 저희도 선물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오래전부터 알고 계신 것 같은 부모님을 만나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진짜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쑨양에 대한 박태환의 애정

박태환과 쑨양의 부모는 자리를 정리하며 다시 한번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자식들뿐 아니라, 부모들 역시 다정해 보였다. 그리고 언제일지 모를 먼 훗날의 만남을 기약했다. 박태환의 부모는 인터뷰를 마친 뒤 “이제는 좀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던 아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박인호 씨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태환은 “남 잘못되는 것을 바라서도 안 되고, 쑨양과 같은 선수가 실격되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실력이 좋은 선수는 인정해야 한다”며 쑨양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홀로 뜨는 별은 외로울지 모른다. 그러나 아시아의 창공에 뜬 두 개의 별은 고독하지 않다. 그리고 그 환한 별빛들은 지금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고 있다. 박태환이라는 별이 쑨양에게 그랬듯이….


○박태환?

▲생년월일=1989년 9월 27일
▲키·몸무게=183cm·74kg
▲출신교=도성초∼대청중∼경기고∼단국대
▲수상경력=2008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자유형 200m 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자유형 200·400m 금, 2012런던올림픽 자유형 200·400m 은

○쑨양?

▲생년월일=1991년 12월 1일
▲키·몸무게=198cm·81kg
▲출신교=항저우 천징룬 체육학교
▲수상경력=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자유형 1500m 금·자유형 200·400m 은, 2012런던올림픽 자유형 400·1500m 금·자유형 200m 은


런던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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