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개그다. 인간들아!”
팀명부터 강렬하다.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 시즌3’에서 고생 끝에 달콤한 인기를 맛보고 있는 ‘이개인’팀(장도연, 이국주, 박나래, 문규박)을 만났다. 이개인은 “이것이 개그다. 인간들아!”의 앞글자를 따 만든 그들의 팀 이름이다.
이들의 코너인 ‘리얼티비’에서 이국주는 큰 체격으로 넘어지며 웃기고, 박나래는 강한 인상의 악역을 맡아 당하며 웃기고, 장도연은 ‘슬로우 모션’으로 예쁜 얼굴을 한껏 망가뜨리며 웃긴다. 유일하게 멀쩡한 역할로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청일점 문규박 뿐이다.
“분장실에서 대머리 가발 쓰고 겨드랑이 털을 붙일 때가 가장 든든해요. 이미지 관리 같은 건 걱정 안돼요. 웃기는 게 중요하니까.”(장도연)
“이 여자들은 오히려 서로 망가지려고 욕심을 낸다니까요. 털 더 붙이겠다고, 서로 달라고.”(문규박)
그렇다고 예쁘게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국주는 팀원들 몰래 속눈썹을 붙이고 무대에 섰다가 갖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군인 역할인데, 얘가 속눈썹을 붙이고 나왔다니까요. 글쎄!”(박나래)
“솔직히 제가 속눈썹 붙여도 관객들은 모르잖아요. 자기만족인 거죠. 에이, 그 정도는 그냥 하게 해줘라.”(이국주)
여자인데, 누군들 안 예뻐 보이고 싶을까. 웃기고도 싶지만 예뻐 보이고도 싶을 터. 유쾌한 이들의 대화 속에 개그우먼들이 사는 법이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규박과의 뽀뽀, 부담됐지만 당연히 해야죠”
이개인 팀의 코너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는 부분은 바로 이국주와 문규박의 뽀뽀신.
TV 화면 속 사람들로 등장하는 콘셉트에서 두 사람은 우연히 입술이 포개어지는 상황이 발생, 이 상태로 일시정지 버튼이 눌려진다. 일시정지 시간은 1분 30초. 두 사람은 어색한 지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이국주는 애드립을 발휘해 문규박의 몸을 더듬기도 한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 부분에서 현장 관객들의 환호성은 빅뱅이 등장하는 줄 알 정도였다고.
“와, 처음 국주와 뽀뽀할 때, 김태희와 뽀뽀하는 설렘 그 이상 이었어요. 정말 예상치도 못한 큰 호응을 해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문규박)
“반응이 워낙 좋아서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죠. 1분 30초라는 시간이 기니까 뽀뽀만 하기 심심하잖아요. 오빠가 싫어서 막 제 손을 치우려고 하는데 저는 이때다 싶은거죠. 하하”(이국주)
말은 그렇게 해도,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사실 저희 셋 다 스킨십에 좀 예민한 편이에요. 많이들 안 해봐서…. 무대에서 남자와의 스킨십이 많아지면 부담되죠. 하지만 PD님이 스킨십도 넣는 방향으로 해보라고 말하셨을 때 ‘아, 당연히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호응이 좋아 정말 잘했다 싶었죠.”(이국주)
슬로우 모션으로 얼굴을 잔뜩 망가뜨리는 장도연도 주변에서 “시집 못가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 이야기 들어도 하나도 걱정 안돼요. 이미지 관리보다 우선 웃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분장실에서 대머리 가발 같은 것 하나씩 쓰면 마치 무기를 가지고 나가는 것처럼 든든하다니까요.”(장도연)
그래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링 하다보면 후회되지 않냐 묻자 “그래서 모니터링을 잘 안 해요”라며 웃는다.
“그래도 도연이가 예뻐서 웃긴 거죠. 저희가 얼굴 일그러뜨리면 시청자들이 ‘그냥 멈춘 거구나’ 생각 할 수도 있어요.(모두 웃음)”(이국주)
박나래는 코너에서 TV 속 악역으로 등장한다. 악역이니만큼 더 독해 보이려고 애쓴다고.
“제가 밀가루 맞고, 물 맞는 게 통쾌해 보여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더 독해 보여야죠. 앞으로 누가 봐도 더 악하고 흉측스러워 보이게 연기하려고요. 근데 제가 잘 하고 있나 봐요. 관객들이 전혀 ‘어~’ 소리 안 내고 무척 통쾌해해요.(웃음)”(박나래)
▶“‘엄마는 네가 왜 얼굴로 웃기니?’라며 PD님 욕해요”
밖에서 맞고 망가지며 웃겨도 집 안에서는 귀한 딸자식. 개그우먼 딸을 둔 엄마는 어떤 마음일까? 장도연의 엄마는 아직도 개그우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고 말하신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예쁘장한 외모를 겸비한 외동딸에,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의 인재다.
“엄마는 지금도 개그우먼 그만두래요. 내가 하는 게 하나도 안 웃기다며 내가 나올 때마다 불안해해요.”(장도연)
이에 옆에 있던 이국주도 “우리 엄마도 저 개그우먼 하는 거 말렸어요”라며 거든다. “우리 엄마가 왜 네가 얼굴, 몸으로 웃기냐고 피디님 얼마나 욕했는데. ‘니가 왜! 어디가 부족해서!’이러시면서.”(웃음)
박나래도 “우리 집안 사람들은 제 키가 그렇게 작은 줄 몰랐대요. 다들 장도연이 CG인 줄 알아요. 키가 말도 안 되게 크다고”라며 진지하게 말한다. 장도연은 질세라 “우리 집에서는 박나래가 바닥에 구멍 뚫고 들어가 있는 줄 알아요”라며 대응한다.
듣다 보니 이개인팀 세 여성 멤버 캐릭터가 참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 어우러진다. 문규박은? 넷 중에 가장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맡고 있다.
“규박 오빠는 핑크색을 정말 좋아해요. 차도 핑크, 카시트도 핑크, 핸들에는 키티 캐릭터가 달려 있어요. 이거 봐요, 휴대폰 케이스도 핑크예요.”(박나래)
이에 문규박이 “남자가 핑크 좋아하면 안 되는거야?”라고 묻자 멤버들은 “좀 지나치잖아”라며 웃는다.
▶이개인팀을 보면 인생이 보인다
이개인 팀은 시즌3 정규리그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며 탈락의 위기를 겪었지만, 마지막 10라운드에서 1등을 해 당당히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또 1등을 하고 지난 4일에는 4위로 순위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유쾌한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팀워크도 돋보인다.
“우리 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초반에 성적이 안 좋았을 때 저를 더 힘들게 한 건, 개인적으로 팀원들이 정말 좋고, 마음도 잘 맞아서 더 열심히 했는데 그것에 비해 결과가 안 좋아서였죠. 울지 말자고 약속했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이국주)
“우리는 늘 약속하는 게 있어요. 순위 낮더라도, 떨어지더라도 무대 위에서 즐기자고요. 실제로도 그래요. 온몸에 멍이 들고, 옷이 젖고 헉헉 거려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즐기려고 해요.”(문규박)
“꼴등도 하고 1등도 하니, 이제 정말 순위에서 자유로워졌어요. 앞으로 누가 1등을 할지 몰라요. 우리도 한번 뒤집어봤으니, 지금의 꼴등도 충분히 1등 할 수 있다는 걸 알죠. 저희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박나래)
끈끈한 팀워크가, 지치지 않는 열정이 빛나보였다. 비록 순위는 높다가도 낮지만, 이들의 팀워크는, 열정은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 개그맨으로서 이들의 삶이, 그리고 이들이 보여줄 또 다른 즐거움들이.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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