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 2002 히딩크호-2012 홍명보호,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입력 2012-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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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는 10년 만에 새로운 신화를 썼다. 2012 런던올림픽 4강에 오른 홍명보호는 강인한 체력과 압박, 정신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2002 한일월드컵 4강 위업을 이룬 히딩크호와 닮았다. 카디프(영국)|스포츠동아DB

무한 체력 압박축구…신화 원동력 닮은꼴

히딩크, 네덜란드식 체력훈련 첫 도입
홍명보, 이케다 피지컬코치 영입 효과

카리스마 감초 VS 캡틴 스타일 대조적

2002년 분위기메이커 ‘막내 차두리’
홍명보호는 ‘모든 선수’가 화기애애


한국축구는 2002한일월드컵에서 빛나는 4강 신화를 썼다. 그 감동이 꼭 10년 만에 영국 땅에서 재현됐다. 2002년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 감독이 이번에는 사령탑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똑같이 4강 신화를 쓴 히딩크호와 홍명보호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두 대표팀을 비교해 봤다.


● 강한 체력과 압박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히딩크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맡자마자 “한국 선수들은 체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선수들은 예전부터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 했기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히딩크는 체력훈련에 과학을 도입했다. 저승사자로 불린 네덜란드 출신 베르하이옌을 데려와 이른바 ‘파워 트레이닝’으로 선수들 체력을 향상시켰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90분 동안 쉴 새 없이 뛰는 축구로 상대국을 물리쳤다.

홍명보호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한 조였던 멕시코, 스위스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8강 상대였던 영국과는 선수 이름값으로 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홍 감독은 이런 차이를 조직력과 체력을 통한 압박으로 극복했다. 수비, 미드필더, 공격진이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해 경기를 주도해 왔다.

10년 전 베르하이옌이 있었다면 홍명보호에는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있다. 홍 감독이 삼고초려를 해서 영입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이케다 코치에게 일임할 정도로 신뢰가 크다. 이케다 코치는 그라운드 뿐 아니라 숙소에서도 선수들이 온도 조절은 잘 하는지, 뭘 먹는지 등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세심하게 몸 상태에 신경을 쓴다.


● 분위기 메이커는?

어느 팀이나 분위기메이커가 1∼2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2002년 때 히딩크는 팀 분위기가 딱딱할 때면 막내 급이었던 차두리를 잘 활용했다. 차두리가 독일어를 잘 하는 점을 이용했다. 히딩크는 당시 통역이던 전한진 축구협회 차장을 “너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 없다”며 밀어낸 뒤 차두리에게 독일어로 전달사항을 말하곤 했다. 감독이 앞장서서 농담을 하니 냉랭했던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 홍명보호 분위기메이커는?

정답은 모든 선수다. 올림픽팀은 10년 전 A대표팀과는 다르다. A대표팀은 다양한 연령의 선수들이 모여 있었고 자연스레 위계와 서열이 존재했다. 그러나 올림픽팀은 다 또래들이다. 특히 2009년 U-20 월드컵부터 한솥밥을 먹은 친한 사이도 많다. 누가 먼저 분위기를 띄우고 말고 할 게 없다.

코치진 중에서도 분위기메이커가 있다. 히딩크 사단에서는 박항서 코치가 훈련 끝나고 선수들과 레슬링을 하고 장난치며 피로를 풀어주곤 했다. 홍명보호에는 김태영 수석코치가 있다. 김 수석코치는 별명 제조기다. 선수들 특성에 맞는 별명을 지어준 뒤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른다. 분위기를 띄우는 데 그만한 게 없다.


● 정신적 지주

히딩크호에서는 홍명보가 팀의 주장이면서 정신적 지주였다. 홍명보호에서는 구자철이 그 역할이다.

10년 전 홍명보와 지금의 구자철은 팀 전술에 핵심을 차지하는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 타의 모범이 되는 행동과 솔선수범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 2002년 홍명보는 최고참이었다. 팀 내 중고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어린 선수들은 감히 말도 못 거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구자철은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늘 긍정적으로 웃고 독려하는 타입이다.

이 역시 올림픽 팀에는 비슷한 연령대가 모인 것과 관련이 있다. 다양한 연령대에서는 홍 명보처럼 카리스마로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갑내기 사이에서 카리스마를 부리다가는 오히려 왕따 당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구)자철이는 늘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을 이끈다. 올림픽 팀의 주장으로는 아주 적격이다”고 평했다.

카디프(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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