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4분 뛰고 병역면제, 올림픽 축구 김기희 논란

입력 2012-08-11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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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희 군 생활. 후반 44 입대(교체로 들어감). 45분 일병. 46분 상병. 47분 병장. 48분(경기종료) 전역!”

11일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 등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이날 새벽 숙적 일본을 꺾고 한국 축구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들 획득한 홍명보호의 수비수 김기희(23·대구)를 염두에 둔 표현.

김기희는 올림픽 축구 대표 팀 18명 가운데 이번 경기 직전까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유일한 선수였다. 그는 메달을 따도 병역 특례에서 제외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잠시라도 뛰어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병무청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2-0으로 앞선 후반 44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까지 4분여 동안 그라운드를 밟아 당당히 병역특례 자격을 갖췄다.

김기희는 이날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한일전의 특성상 90분 내내 피를 말리는 혈투가 이어질 공산이 커 중앙 수비수 백업 요원인 김기희를 주전 수비수 대신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라서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박주영(아스널)의 결승골에 이어 구자철의 추가골이 터져 비교적 쉽게 승기를 잡았고, 마침내 홍명보 감독은 경기 종료 직전 김기희를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기 후 김기희는 현장에서 "그동안 경기에 못 나왔는데 출전할 수 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며 "축구인생이 끝날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할 4분이 될 것"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그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물도 뿌리고 즐거움을 만끽했다. 동료가 '밥상 위에 숟가락만 올렸다'고 놀렸다. 나의 마음고생을 알고 장난을 친 것이다"며 "동료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웃었다. 김기희는 이로써 대표 팀에 주어지는 포상금의 주인공도 돼 약 4000만원을 받게 된다. '1분에 1000만원'인 셈이다.

홍명보 감독도 이날 김기희 투입 문제로 여러 가지 작전을 생각했음을 내비쳤다. 홍 감독은 "솔직히 오늘 한일전보다 김기희를 언제 넣을까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한골 차 리드인 상황에서는 힘들어도 2-0이나 3-0으로 이긴다면 김기희를 투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선수들이 경기를 잘 해줘서 김기희가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다 잘 되자'던 선수들의 바람이 모두가 행복한 이날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받아들였다.

'김기희 4분 만에 제대' '김기희 4분 병역필' 'LTE급 병역' ‘김기희, 8월 11일 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교체투입 전 홍명보 감독의 지시를 받는 김기희의 유니폼을 예비군복으로 바꾼
'김기희 예비군 마크 짤방'이라는 패러디 사진을 만들어 올려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네티즌들은 적절한 투입이라며 옹호했다.

"김기희도 지역에서 열심히 뛰던 선수다" "모두 다 승리위해 헌신했는데 당연히 (병역특혜를) 인정해야" "단 몇 분이 아니다. 대표 팀 소집부터 훈련까지, 그리고 발탁되기까지 뼈를 깎는 훈련이 있었다" "1분이든 1초 등 4년 동안 피땀 흘리고 고생했다. 김기희를 욕하는 당신들은 정작 우릴 위해 무엇을 기쁘게 해줬는가" “단체 경기 특성을 무시한 병무청의 유권해석을 고쳐야” 같은 말로 김기희를 응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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