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엔블루 이종현. 사진제공|FNC 엔터테인먼트
“처음엔 연기를 안 하겠다고 고집 피웠는데, 안했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인기 남성 그룹 씨엔블루에서 조용하게 기타를 치던 이종현.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속 ‘장동건의 아들’ 콜린. 이렇게 설명하면 ‘아!’하고 무릎을 ‘탁’ 칠 것이다.
그렇다. 동일인물이다.
주로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씨엔블루의 멤버로서 이종현은 ‘장동건의 아들’로 연기에 처음 도전해 자신의 이름 세 글자와 함께 얼굴을 단박에 알렸다. 그리고 30~40대 아줌마 팬들에게까지 다가갔다.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는 것 같다. 정말 좋은 배우들. 스태프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처음 연기하는 건데 현장에서 예쁨을 많이 받아서 더 좋았다. 말도 안 되게 좋은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까 겁날 정도다.”
그에게선 행복한 미소가 넘쳤다. 하지만 이런 행운도 처음엔 마다했다고 한다.
“‘연기를 안 하겠다’는 이상한 고집이 있었다. 기타 치는 애들이 원래 좀 그렇다. 회사에서 권유를 해도 ‘전 계속 음악만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처럼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를 처음부터 배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사의 품격)시놉시스를 봤다. 그때는 주인공도 안 정해져 있었고. 보는 순간 ‘대박’이라고 느꼈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그동안 부렸던 고집 때문에 ‘하겠다’는 말도 못했다. 자존심도 상했고. 소속사 대표님이 ‘네가 평생 음악을 하려면 연기도 도움이 될 거다’는 말을 해줬는데, 그때 못 이기는 척 하겠다고 했다. 하지 말라고 했으면 어쩔 뻔했나. 하하하!”
막상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다른 배우들에게 혹여나 피해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압박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콜린은 김은숙 작가님이 ‘숨겨둔 복병’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었다. 더 잘 해야 했다. 하지만 잘 하려는 욕심이 커질수록 안 되더라.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형님들이 ‘눈과 어깨에 힘을 풀고 편하게 해봐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잘 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다. 김은숙 작가님이 대본 리딩을 함께 해주시더라. 불안해서 그랬나 보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극중 콜린은 어떻게 보면 이종현 밖에 할 수 없는 캐릭터였는지 모르겠다. 이국적인 외모와 일본어를 잘해야 하는 설정 때문이다.
“사실 이국적인 외모가 한 몫했다. 부산 토박이인데 생긴 게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일본어는 네 살 때부터 여덟 살까지 일본에 살아서 웬만큼 한다. 작가님이 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설정까지 추가해 준 거다. 이런 행운이 또 어디 있나.”
모든 게 이종현에게 맞춰졌지만, 눈빛이나 감정 연기를 할 때는 가끔 ‘멘붕(멘탈붕괴)’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나름 준비해서 가도 현장에서 다를 때가 많다. 다른 배우들은 감독님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나는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그럴 때마다 장동건 형님이 도와줬다. 예의를 갖춰서 선배님이라고 하니까 ‘내가 아빠로 출연하긴 해도 선배는 아닌 거 같다고,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더라. 하하하! 장동건 형님은 정말 최고다. 잘 생긴 걸 떠나서 평상시 모습이 더 멋있다.”
가수 출신 연기자에게 통과의례처럼 ‘연기력 논란’은 꼬리표처럼 붙는다. 잘 하건 못 하건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이종현도 그 꼬리표에 대해 자유로울 순 없었지만, 큰 탈 없이 순조롭게 넘어갔다.
“안 보려고 해도 자꾸 눈에 보이더라. 오기를 부릴 입장도 아니고 ‘생초보’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부족하지만 만족한다. 스타트가 좋아서.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해 볼 생각이다.”
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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