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투수 아로요 “기타 없으면 야구 못해!”

입력 2012-09-03 10: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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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슨 아로요.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브론슨 아로요(35)는 다재 다능한 베테랑 투수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대체 못하는 게 뭔가’라는 의문이 절로 떠오를 정도.

아로요는 수려한 외모에 뛰어난 야구 실력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정규앨범까지 낸 ‘가수’이기도 하다. 기타 연주 실력도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오프시즌에는 야구 선수가 아닌 모던록 가수로 변신해 팬들을 만나기도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인 아로요는 지난 1995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지명, 프로에 입단한 뒤 2000년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피츠버그 시절 3년간 9승에 그쳤던 아로요는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만개하기 시작했다.

아로요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단 두 시즌만 9승을 기록했을 뿐 매년 두 자리수 이상 승수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23승(112패)에 빛나는 아로요는 올 시즌에도 3일(이하 한국 시간) 현재 11승 7패 평균자책점 3.76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아로요는 보스턴에서 뛰던 2004년 7월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빈볼을 던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일로 당시 보스턴 포수 제이슨 배리텍과 로드리게스가 주먹다짐을 벌여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로요는 2005년 시즌이 끝난 뒤 보스턴과 3년 총액 120억 원에 재계약했다. 당시 그의 에이전트는 액수가 적다며 반대했지만 아로요는 보스턴 팬들 사랑에 보답하는 차원이라며 구단이 제시한 계약서에 흔쾌히 사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2006년 스프링캠프 기간 중 갑작스레 그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 시켜 보스턴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신시내티로 트레이드 된 아로요는 그 해 14승을 거두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또 같은 해 총 240⅔이닝을 던져 내셔널리그 투구 이닝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총 3852구를 던져 메이저리그 전체 투구수 1위도 기록했다.

아로요는 2010년 커리어 하이인 17승을 기록하며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신시내티 소속 선수가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1958년 하베이 하딕스 이후 무려 52년 만의 일이었다.

동아닷컴 취재진은 국내 언론 최초로 아로요를 미국 현지에서 만났다. 시즌 중에도 늘 기타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는 아로요의 알려지지 않았던 면을 접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브론슨 아로요. 동아닷컴DB


다음은 브론슨 아로요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잘 생기고 멋있다.

“(웃으며) 그런가? 고맙다.”

-올 시즌 역시 꾸준한 성적(11승)을 올리고 있다. 몸 상태는 어떤가?

“좋다. 아프거나 불편한 곳도 없고 컨디션이나 팀 분위기도 매우 좋다.”

-올 시즌 소속팀 신시내티가 내셔널리그 중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선전의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선 견고한 투수력을 꼽을 수 있다. 우리 팀 선발투수 중 단 한 명도 아직까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계투진도 튼튼하고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는 강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까지 모든 투수들이 맡은바 자기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셔널리그 전체에서 가장 낮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수비와 공격도 좋다. 물론 우리 팀 공격력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승리하는데 필요한 점수는 뽑아낸다. 1점 차든 10점 차든 이기면 된다. 점수 차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공수의 조화가 올 시즌 우리 팀이 선전할 수 있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올해로 13번 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빅리그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건강함을 꼽을 수 있다. 마이너리그 경력까지 포함해 총 17년 동안 단 한번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 아파서 부상자명단에 오르면 잘 던지고 싶어도 던질 수 없지 않은가? 두 번째로는 마운드 위에서 늘 자신 있게 던진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95마일 이상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 섰을 때는 항상 타자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던진다. 아울러 타자가 예상치 못한 곳으로 공을 던지는 볼 배합 요령을 터득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팀 성적이 좋다 보니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매년 목표했던 것처럼 200이닝 이상 투구와 20회 이상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 싶다. (아로요는 현재까지 총 여섯 차례 한 시즌 200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승리했을 때다. 당시 3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내리 4연승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리버스스윕을 했을 때 가장 기뻤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하하”

-프로 입단 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까지 다른 유망주에 비해 비교적 시간이 많이 걸렸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지금도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지만 프로에 입단하던 1995년에는 65kg 정도로 매우 마른 체형이었다. 그러다보니 구단에서 부상을 염려해 무리하게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 투구 이닝도 관리했고 매년 한 단계씩 올라갔다. 그래서 프로입단 후 메이저리그에 콜업되기까지 햇수로 5년, 만 4년 6개월 정도 걸렸다.”

브론슨 아로요. 동아닷컴DB


-지난 2005년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데뷔 앨범 ‘Covering the bases’) 원래 음악에 소질이 있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할머니가 음악 선생님이었고 우리 식구 모두가 음악을 좋아했지만 유독 나만 음악에 관심이 없어 한 때는 내가 돌연변이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하.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었다. 그러다 23세 되던 해에 그러니까 내가 더블 A팀에 있을 때 우연히 클럽하우스 직원에게 통기타를 배우게 됐다. 그 때부터 음악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었다.”

-콘서트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시즌 중에는 시간이 없어 못하고 시즌이 끝나면 신시내티 팬들을 위한 페스티벌에서 노래를 부르고 가끔은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함께 개인적인 콘서트를 하기도 한다.”

-추구하는 음악 장르는 무엇인가?

“록앤롤(Rock and roll)이다. 하지만 비틀즈의 음악도 좋아하고 레드제플린도 좋아한다.”

-동영상을 통해 당신의 콘서트 장면을 봤다. 기타 연주도 수준급이던데 시즌 중에도 기타를 가지고 다니나?

“(단호하게) 물론이다. 원정 갈 때도 항상 가지고 다닌다. 기타 없이 야구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다. 경기 후 숙소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팀 동료들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 숙소에서 미니콘서트를 하기도 한다. 하하”

-기타를 가지고 다니면 야구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 경기 후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 경기 중에 생긴 스트레스 등을 해소할 수 있어 훨씬 더 야구에 집중할 수 있고 도움이 된다.”

-브론슨 아로요의 다음 앨범은 언제쯤 발매될 예정인가?

“최근 작사와 작곡도 배웠다. 시간 날 때마다 뮤지션들과 어울려 틈틈이 작업 중인데 머지 않은 시간 내에 나올 것 같다.”

-다시 야구 이야기를 해 보자. 제이미 모이어의 경우 49세의 나이에도 공을 던진다. 모이어처럼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이어갈 계획은?

“내가 그 나이까지 건강할 수 있다면 나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이어처럼 80마일 초반 대의 공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나이가 들어도 88~90마일 대의 공을 언제든지 던질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투수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투구시 팔의 각도가 처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제구도 안되고 구속도 떨어지게 된다. 내 선수 생명은 앞으로 최장 5년 정도 남았다고 본다.”

-내년 초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최된다. 미국 대표로 뛸 생각은?

“마음은 있지만 못할 것 같다. 내 나이와 스프링캠프의 중요성 그리고 건강을 고려하면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 열리는 대회 참가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많은 타자를 상대해 봤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를 꼽으라면?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로 이적한 앨버트 푸홀스다. 타율 0.320에 홈런 40개를 치는 타자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로요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잠시 생각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6세 때부터 시작한 야구가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 건 확실하다. 그리고 내 직업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으며 만족할 수 있는 직업 말이다. 하지만 남들처럼 야구가 내 삶의 모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면 은퇴한 뒤 세상에는 내가 도전해 볼 만한 일이 수 없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의 야구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한국이란 나라에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뛸 때 한국프로야구 팀(현대 유니콘스)이 파이어리츠의 스프링캠프장이 있던 플로리다로 자주 훈련을 와서 한국에서 야구가 얼마나 인기 있는 스포츠인지 잘 알고 있다. 당시 한국 선수들을 통해 한국 음식이나 한방의학 등의 다른 문화를 간접 경험하기도 했다. 멀리 한국에서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감사하고 누구보다 더 야구를 사랑하는 그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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