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트북 시장에서 가장 많이 일컬어지는 단어는 단연 ‘울트라북(Ultrabook)’이다. 상당히 강한 인상을 주는 이 이름은 특정 브랜드의 노트북 제품이 아니라 여러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특정 규격 제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특정 노트북의 규격은 세계 최대의 CPU(중앙처리장치) 업체인 인텔에서 주도적으로 제정하고 있다. 2008년에 제정된 저가의 초소형 노트북인 ‘넷북(Netbook)’, 2010년에 제정된 저전력 슬림형 노트북인 ‘울트라씬(Ultra-Thin)’이 대표적이다.
‘울트라북’이라는 이름을 달기 위한 조건
인텔이 이렇게 일정 분기마다 새로운 노트북의 규격을 발표하며 이들 제품이 갖춰야 할 몇 가지의 특성 및 구성품의 범위를 제시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HP 등의 노트북 제조사들은 이에 맞춰 실제 제품을 설계하고 판매한다. 물론 그렇다 하여 이들 제품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며, 각 제조사들은 인텔이 제시한 규격 내에서 최대한 자사 제품의 개성을 살리고자 노력한다.
이는 울트라북도 마찬가지다. 울트라북은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샌디브릿지)가 출시된 2011년에 첫 번째 규격이 제정되었으며,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아이비브릿지)가 나온 2012년에 새로운 규격이 제정되었다. 현재 판매 중인 신형 울트라북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인텔은 정의하고 있다.
프로세서: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중 CULV(Consumer Ultra-Low Voltage: 저전력) 모델
두께: 18mm(13.3인치 이하 화면 모델) 혹은 21mm(14인치 이하 화면 모델)
배터리 유지 시간: 최소 5시간
최대절전모드에서 복귀하는 시간: 7초 이하
기타: 데이터 전송 속도 80MB/s 이상, 용량 16GB 이상의 저장장치 및 USB 3.0 포트
울트라북의 핵심, 인텔의 CULV 프로세서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소비 전력이 적으면서 반응 속도는 빠르고, 두께는 매우 얇은 노트북이 바로 울트라북이다. 특히 위 항목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프로세서다. 인텔의 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보급형인 코어 i3, 중급형인 코어 i5, 그리고 고급형인 코어 i7이 대표 제품이다. 하지만 이른바 CULV 모델이라 하는 울트라북용 프로세서는 같은 코어 i3 / i5 / i7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일반 PC용 프로세서와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소비 전력이다. 일반 PC용 프로세서인 코어 i7-3770의 설계전력은 77W에 달하지만 울트라북용 프로세서인 코어 i7-3667U의 설계전력은 17W에 불과하다(울트라북용 CULV 프로세서는 모델명 뒤에 ‘U’가 붙는 것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같은 코어 i7의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전력 소모량은 4.5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코어 i7-3770와 코어 i7-3667U는 연산 성능에 차이가 있다. 기본 클럭(동작 속도)만 해도 코어 i7-3770는 3.4GHz로 동작하지만, 코어 i7-3667U는 2.0GHz로 동작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코어의 수 역시 코어 i7-3770는 4개, 코어 i7-3667U는 2개로 차이가 난다. 하지만 양 모델간의 소비전력 대비 성능까지 생각해 본다면 울트라북용 프로세서도 만만치 않다.
PC의 성능을 측정해 점수를 매기는 프로그램인 패스마크(PassMark)사의 퍼포먼스테스트(PerformanceTest)를 이용해 코어 i7-3770K와 코어 i7-3667U의 연산 성능을 측정해 봤다. 그 결과, 코어 i7-3770K는 1만점 남짓, 코어 i7-3667U은 4,200점 정도를 기록했다. 약 2.4배의 성능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양 프로세서의 소모 전력의 차이가 4.5배라면 소비전력 대비 성능은 울트라북용 프로세서가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반 노트북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2~3시간 남짓인데 비해 울트라북은 5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 울트라북 제품의 경우, 각 제조사 고유의 튜닝 과정을 거쳐 10시간 이상에 배터리를 사용 시간을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울트라북이 어울리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그렇다면 울트라북은 어떤 사용자에게 적합한 제품일까? 우선 첫 번째 타겟은 비즈니스맨이다. 휴대성이 높고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외부로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작업을 하고자 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학생이나 주부를 들 수 있다. 일반 PC에 비해 절대적인 성능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문서작성이나 멀티미디어 감상, 인터넷 서핑 등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슬림한 본체 덕분에 집 안에 두면 인테리어적인 효과도 있다.
반면, 울트라북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용자 층도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게임을 주로 즐기는 게임매니아층을 들 수 있다. 울트라북으로 게임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이나 ‘배틀필드3’ 같이 극히 고성능을 요구하는 신작 게임을 구동하면 움직임이 뚝뚝 끊기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마야’나 ‘3dsMAX’ 와 같은 그래픽 편집/제작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전문가들 역시 울트라북을 쓰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울트라북은 적당한 성능에 높은 휴대성, 그리고 우수한 디자인을 제공한다.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골고루 갖춘 매력적인 노트북이라는 의미다. 이는 최소한의 공간과 전력을 요구하면서도 효율은 높은 울트라북용 프로세서의 특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다만, 울트라북은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만족시킬 수 있는 반면, 일부의 전문가 및 매니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울트라북의 미덕은 최대한의 ‘효율과 편의성’이지 최대한의 ‘성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울트라북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점을 꼭 명심하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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