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유지? 폐지? 그 안에 담긴 속사정

입력 2012-09-06 10:2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 8월 27일, 방통위가 발표한 국내 와이브로(WiBro) 가입자는 96만 3,785명에 이르렀다. 이중 약 93%에 이르는 90만 4,480명이 KT의 와이브로를 이용하고 있다. SK텔레콤 와이브로 이용자는 5만 9,315명이다. KT 와이브로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가입자는 80만 6,205명으로 월 평균 2~3%씩 가입자가 늘고 있다. 동일 기간 SK텔레콤 와이브로 사용자는 6만 1,057명에서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자료로만 보면 전체 와이브로 사용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와이브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달갑지 않아 보인다. 지난 7월, KT 표현명 대표가 "와이브로 주파수 중 일부를 TD-LTE로 바꿔서 쓰는 것을 검토한다"고 말하면서, KT가 와이브로 사업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냐는 일이 있었다. 이후 방통위 이계철 위원장의 '그러면 와이브로 주파수를 반납해라'라는 경고에 KT는 '가능성을 내비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련의 사건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이대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KT가 언급한 TD-LTE란
TD-LTE란, 현재 국내에서 이동통신 3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4G(4세대 이동통신) LTE의 한 종류를 뜻한다.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LTE의 정확한 명칭은 LTE-FDD이다. LTE-FDD에서 FDD는 Frequency Division Duplex로 주파수 분할방식을 뜻한다. 주파수 분할 방식은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각각 다른 주파수 영역을 설정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1GHz 주파수에서 40MHz 대역폭으로 LTE-FDD를 서비스 하고 있다면, 40MHz 중 20MHz는 다운로드로 서비스하고 나머지 20MHz를 업로드로 서비스하는 것. 도로의 상하차선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TD-LTE의 다른 말은 LTE-TDD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LTE-TDD가 정확한 기술명이고, TD-LTE는 중국에서 해당 기술명을 마케팅용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LTE-TDD에서 TDD는 Time Division Duplex로 시분할 방식을 뜻한다. 시분할 방식은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동시에 처리한다. 시간에 따라 나눌 뿐이다. 국내에서 시분할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 바로 와이브로다. 때문에 기존 와이브로를 서비스하고 있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기지국과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LTE-TDD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새로 기지국을 만들고 장비를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다만, 두 방식의 차이점은 약간씩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LTE-FDD는 음성통화에 유리하며, LTE-TDD는 데이터 처리에 효율적이다. 한가지 긍정적인 것은 LTE-TDD와 LTE-FDD는 서로 쉽게 호환이 된다는 것이다.

와이브로의 미래

지난 2012년 3월 16일, 방통위는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3월 29일자로 만료가 되었던 2.3GHz 대역 와이브로를 기존 KT와 SK텔레콤에 재할당했다. 이를 통해 KT는 2,330~2,360MHz로 총 30MHz 대역폭, SK텔레콤은 2,300~2,327MHz로 총 27MHz 대역폭을 2012년 3월 30일부터 총 7년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방통위가 와이브로를 재할당한 이유는 두 이통사가 '적극적인 와이브로 활성화 의지'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믿겠다는 결정이다.

처음에 와이브로는 LTE와 경쟁하고자 만든 차세대 국책사업 중 하나였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서비스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마치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동통신사도 장비 업체도 그리고 이제는 정부도 크게 관심을 내보이고 있지 않다. 서비스 품질 향상도 요원했다.

실제 와이브로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이 중요했다. 와이브로 장비 개발을 담당해오다시피 했던 삼성전자가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에 수출을 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LTE 확장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있긴 하지만, 중국은 TD-LTE로 전환하며 자체 생산 장비를 도입 중에 있다. 와이브로의 미래 청사진이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상 지금 이대로는 세계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상태다. 장기적인 대인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실제 와이브로 사용자는?

그럼 실제 국내에서 와이브로를 쓰고 있는 사용자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단 당장 와이브로 서비스가 종료될 일은 없다. KT나 SK텔레콤 모두 방통위로부터 7년간의 이용기간으로 재할당을 받았기 때문에 큰 명분이 없는 이상 서비스를 종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서비스가 끊길 일은 없다. 실제 이용자 수도 무시하지 못한다.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적고 그 가입자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다소 유동적일 수 있지만, KT의 와이브로 가입자는 90만 명을 넘어섰다. 쉽게 서비스를 그만둘 수 없는 입장이다. 계속해서 서비스하는 이상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와이브로 사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와이브로가 잘 터지던 곳도 이상하게 수신율이 떨어진다던가, 음영 지역이 해소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 한 사용자는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 와이브로가 수신되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이를 알렸더니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항변했다. 그 상담원의 말에 따르면 "와이브로는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집 안에 무료로 무선공유기를 설치해 드릴 테니 이를 사용하면 어떻겠냐"라고 했단다. 무료로 대체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는 게 이 사용자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 가능 지역이라고 표기된 곳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불만 제기도 늘고 있다.

물론, 현재 KT는 와이브로 서비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와이브로를 데이터 전용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KT는 노트북에 와이브로를 연계해 요금 할인 등의 프로모션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갤럭시노트10.1, 아이패드 와이파이모델 등의 태블릿PC에도 와이브로를 연계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HTC 이보(Evo) 4G+를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해 사용하면 월 10GB의 와이브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에그도 있다. 에그는 와이브로 신호를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휴대용 변환기기다.

2012년 9월 현재, KT의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경기 지역을 비롯해 5대 광역시와 84개 시와 서해안, 남해,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까지 지원한다. KT측에 따르면, 전 국민의 85%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LTE 대비 저렴한 와이브로 데이터 요금제도 사용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와이브로의 미래는…

KT와 SK텔레콤이 처음 와이브로 서비스를 국내에 시작하며 내비쳤던 청사진은 이미 요원해진 상태다. 삼성전자가 와이브로 기반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미 전세계 이동통신사의 80% 이상은 LTE를 선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와이브로의 설 자리가 좁아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존 와이브로를 이용해 LTE-TDD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이미 와이브로에 가입한 사용자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와이브로가 아닌, 쓸만한 와이브로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