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이청용·기성용 “10월 이란 원정땐 환상 콤비 부활”

입력 2012-09-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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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왼쪽)과 기성용이 12일 타슈켄트 국제공항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갖고 환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윤태석 기자

기:자책골 난생처음…체력회복 숙제
이:이란원정땐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기:청용이와 호흡도 점점 더 좋아질 것
이:EPL입성 축하…1부에서 붙고싶어


2008년 10월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평가전이 열렸다. 이청용이 한 번 출렁이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정확하게 크로스를 올리자 페널티 아크 정면에 있던 기성용이 환상적인 왼발 발리슛을 날렸다. 볼은 상대 골문 오른쪽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대표팀에서 ‘영혼의 짝’ ‘바늘과 실’로 불리는 이청용(24·볼턴)과 기성용(23·스완지시티)이 멋지게 한 골을 합작해 낸 장면 중 하나다. 축구 팬들은 11일 우즈베키스탄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 원정에서 ‘쌍용’이 또 한 번 사고를 쳐 주길 기대했다. 그 동안 부상으로 대표팀에 빠져있던 이청용이 1년3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며 둘은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재회했다. 그러나 결과도 내용도 조금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청용과 기성용 모두 몸이 가볍지 않았다. 기성용은 자책골까지 내줘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원정경기 무승부면 그리 나쁜 결과가 아니다. ‘쌍용’의 비상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둘은 피곤해 보였지만 표정이 어둡지는 않았다. 10월 이란 원정에 대한 각오를 말할 때는 둘의 눈빛이 반짝였다. 한국축구의 중심 ‘쌍용’을 경기 다음 날인 12일 타슈켄트 국제공항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청용은 최강희호 합류가 처음이었다. 적응에 기성용이 도움을 좀 줬나.

기성용(이하 기) :
도움이요? 그런 거 없었는데.

이청용(이하 이) : 훈련프로그램 같은 거 이야기 해 주고 했었죠.

기 : 내가 언제?(웃음)

이 : 운동할 때 뭐하나 이런 게 궁금해서 합류하기 전에 이것저것 물어 봤었죠.

기 : 근데 청용이는 워낙 알아서 잘 하니까요. 그리고 지금 대표팀이 분위기도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제가 딱히 알려줄 필요가 없었어요. 최강희 감독님도 청용이에 대한 기대가 컸고요.

-둘이 이렇게 만난 건 얼마만인가.

이 : 런던올림픽 때 제가 숙소로 한 번 찾아갔었어요.

기 : 예. 그 때가 맨체스터에서 브라질이랑 하기 전이었지? 얼마 안 됐네요.

-우즈베키스탄과 친선경기에서 이청용의 도움으로 기성용이 발리 슛 골을 넣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콤비 플레이가 안 나왔다.

기 :
아, 그게 워낙 오래돼서. 4년 됐나요? 사실 저는 올림픽 끝나고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도중이라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었어요. 체력적으로도 그렇고요. 청용이도 대표팀에 오랜만에 합류해서 우리가 호흡 맞출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고요.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앞으로 분명 더 나아질 겁니다.

-10월에 있을 이란 원정에 대한 각오가 그래서 더 남다를 것 같은데.

이 :
좋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란 원정은 이번보다 힘들면 힘들지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단단히 잘 준비해야죠.

-기성용은 자책골이 처음인가.

기 : 예. 선수생활하면서 처음이에요. 순간적으로 볼이 와서…. 어차피 제가 볼 터치 안했으면 바로 뒤에 상대 선수가 있어서 실점위기였어요. 그런데 너무 아쉽죠. 개인적으로 그렇고 팀도 그렇고. 그 골로 계속 어려운 흐름이었으니. 다음부터는 이런 것들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이 : 저는 성용이가 처음엔 넣은 지도 몰랐어요.

-하프타임 때 기성용을 좀 위로해줬나.

이 :에이. 선수들끼리는 그런 거 없어요. 성용이가 넣고 싶어서 넣은 것도 아니고….

-런던올림픽 동메달 딴 뒤 축하를 많이 받았나.

기 : 그럼요. 청용이한테 문자도 오고 전화도 오고. 청용이가 게임이 있어서 올림픽 보고 싶었는데 못 봤다고 아쉬워했어요.

이 : 한일전을 못 봤어요. 저는 같은 축구선수가 아니라 팬의 입장으로서 정말 응원하면서 봤어요. 너무 기쁘고 뭐랄까. 마냥 기뻤죠. 그냥 내 일처럼.

-기성용이 프리미어리그에 왔는데. 조언해 줄 것은 없나.

이 : 하하. 사실 스코틀랜드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성용이는 잘 적응할 거라 생각합니다. 축하한다는 말 밖에는 할 게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챔피언십(2부 리그)에 있으니 하루 빨리 EPL로 가서 맞상대했으면 좋겠어요.

기 : 저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저번에 (지)동원(선덜랜드)이 만나고 게임 뛰었는데 둘 다 선발은 아니었지만 한국 선수들끼리 훈련 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전날 가서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하고요. 경기에서도 각자 좋은 모습 보이면 팬들도 좋아해주실 것 같아요.

-영국에서 뛰는 선수들끼리 자주 만나나.

기 : 워낙 거리가 있어서 힘들고. 겨울 휴식기가 오면 그 때는 좀 만나려고요.

-스완지시티는 좀 어떤가.

기 : 시골이에요. 조용한 시골마을. 운동하기 좋아요.(웃음)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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