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사진제공|한화 골프단
22세라 믿기 힘든 노련한 경기운영
악명 높은 난코스에도 평정심 유지
2차례 연장 빅승부 경험도 큰 자산
몸통 위주 콤팩트스윙도 매우 정밀
유소연(22·한화)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유소연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 리버풀 링크스(파72·665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골프대회 1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강혜지(22)와 함께 공동 선두를 형성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의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주 KLPGA투어 최고 우승상금(3억원)이 걸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영국으로 날아가 시차적응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날카로운 샷 감각을 뽐내며 2주 연속 우승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소연이 큰 대회에 강한 원동력을 살펴본다.
○미 LPGA투어에서 안정된 경기력
유소연은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했던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5번째(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우승을 차지하며 미LPGA투어에 진출한 바 있다. 이후 올해 8월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미LPGA투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그 사이 성적도 꾸준했다. 미LPGA투어에서 2012시즌에만 준우승 1회, 톱10에는 무려 7번이나 드는 안정된 경기력을 과시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기량과 성적은 한결같다. 2008년 프로로 전향한 유소연은 그 해 4월 김영주골프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에는 무려 4승을 쓸어 담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매년 꾸준히 1승씩을 거두며 KLPGA투어에서만 8승을 거뒀다.
○어려운 코스도 OK, 뛰어난 정교함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리고 있는 로열 리버풀 링크스 코스는 강한 비바람과 어려운 벙커로 악명이 높다. 한 번의 실수로 순위가 크게 요동친다. 하지만 유소연은 이런 코스에서 더 뛰어난 성적을 낸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US여자오픈 역시 코스 세팅이 무척 까다로운 난코스였다. 원동력이 뭘까?
일단 유소연은 22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노련하다. 때로 나이답지 않게 너무 어른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신중한 성격이 경기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주 한화금융클래식에서도 유소연은 유일하게 사흘 내내 홀로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만큼 흔들림이 없다.
역사에 남을 연장 승부를 몇 차례 치러내며 중압감을 이겨내는 법을 터득했다는 것도 큰 자산이다. 2009년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최혜용과 연장 9홀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우승했고,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는 서희경(26·하이트)과 연장 3번째 홀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유소연은 심리적으로 더욱 단단해졌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메이저 챔프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유소연은 2009년부터 몸통을 위주로 하는 콤팩트한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파워(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 270야드)를 더 내면서도 쓸데없는 몸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스윙은 훨씬 정교해졌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킨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상벌이 분명한 까다로운 코스일수록 이런 유소연의 장점은 더욱 도드라진다. 유소연은 “첫 날은 날씨가 비교적 좋았지만 2라운드부터는 날씨가 나빠진다고 하니 최대한 낮은 탄도의 샷을 치면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데 집중 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