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올 시즌 날씨와 유독 궁합이 맞지 않았다. 강우 콜드게임으로 지거나 비겨버린 경기가 있는가 하면, 좀 쉬었으면 싶을 때는 비예보가 빗나가고, 상승세를 이어가야 할 때는 비가 쫙쫙 내려 상대팀에 탈출할 구멍을 만들어주는 식이었다.
이런 롯데에 16일 태풍 ‘산바’가 대구에 뿌린 비는 모처럼의 ‘단비’였다. 14일 KIA와의 광주 더블헤더에서 1무1패로 밀린 데 이어 15일 대구 삼성전마저 1점차로 내줬다. 특히 14일 더블헤더 제2경기 연장 12회 무승부 경기에선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동점 홈런을 맞아 다잡은 승리를 날렸다. 송승준∼유먼∼사도스키의 선발 ‘빅3’를 쏟아 붓고도 1무2패를 당해 타격이 더 컸다. SK, 두산에 쫓겨 2위 자리도 위태롭게 됐다.
16일 우천순연으로 롯데는 3가지 소득을 얻었다. 선발 로테이션 재조정과 체력 보충, 분위기 전환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16일 대구구장에 들르지도 않고 곧장 부산으로 내려가 선수들에게 17일까지 휴식을 줬다. “쉬어도 홈에서 쉬어야 제대로 쉰다”고 양 감독은 밝혔다.
2위 싸움의 중대 고비인 18일 사직 SK전 선발로 고원준을 내정했다. 양 감독은 “SK와 잔여 4경기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2위 싸움을 길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단, 일정은 롯데에 우호적이지 않다. SK와 4경기는 물론 1위 삼성과도 4게임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롯데의 기본방침은 ‘하던 대로’다. 14일 치명적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마무리 김사율에 대해서도 양 감독은 “후반기 첫 블론일 뿐이다. 정규시즌 끝까지 김사율이 마무리”라고 못 박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