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무리한 경기 진행에 선수들만 고생

입력 2012-09-21 17: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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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경기의 기본은 형평성이다. 출전 선수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 세계 프로골프투어는 형평성을 기본 원칙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아니다.

KLPGA 투어는 샷건 플레이(전홀 동시출발)를 남발한다. 샷건 플레이란 선수들이 각자 정해진 홀에서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방식이다. 출발 홀이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프로 대회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주로 아마추어 친선대회에서 쓰인다. ‘샷건’이라는 명칭은 총을 쏴서 출발 신호를 알려준 데서 비롯됐다.

21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파크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KDB 대우증권 클래식 1라운드 경기는 오전 9시에 세미 샷건(2~3홀마다 동시출발) 방식으로 치러졌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골프장에 안개가 껴 2시간 늦게 시작했다. 정해진 중계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급하게 내린 결정이다.

팬들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내보내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무리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샷건 플레이는 아마추어 친선대회에서도 기상악화 등으로 그날 경기를 모두 끝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방송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샷건 플레이로 진행하는 투어는 KLPGA가 유일하다.

우승섭 전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은 “샷건 플레이는 프로경기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상금이 걸려 있는 프로대회에서는 모든 선수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펼쳐야 한다. 샷건 플레이는 경기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KLPGA의 경기 진행 방식은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2주 전 한화금융클래식에 출전했던 박세리(35·KDB산은그룹)는 긴 경기 시간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바꿀 생각이 없다. 대회 진행은 경기위원장이 총괄한다. KLPGA의 경기위원장은 선수 출신이 아니다. 투어의 실전 경험도 없다. 선수들의 생각을 읽지 못한다.

경기 방식을 바꿔 진행한 1라운드 경기는 오전 9시 시작해 오후 4시25분(7시간25분 소요)에 끝이 났다. 결국 방송도 다 하지 못했다.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됐다. 선수들만 고생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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