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안타가 결승타…천하제일 ‘가을 정권’

입력 2012-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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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의 ‘미스터 옥토버’다. SK 박정권이 16일 문학에서 열린 PO 1차전에서 1-1로 맞선 6회말 2사 3루서 롯데 김사율을 상대로 결승 좌전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박정권은 PS스타일

빅게임 체질…가을엔 두배 강한타자 변신
롯데와 1-1 맞선 6회 2사 3루 천금 적시타
우익수·1루 수비 A급…전술 활용도 만점


1-1로 맞선 6회말 2사 3루. 5번타자 박정권(SK)이 소개되자 문학구장이 술렁였다. ‘가을 사나이’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이었다. 풀카운트 접전. 박정권은 롯데 김사율의 7구째를 가볍게 밀어 쳤다. 좌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깨끗한 적시타. 이후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결국 이 안타는 16일 플레이오프(PO) 1차전의 결승타가 됐다. 박정권은 이 한방으로 올 시즌에도 ‘가을 정권’ 연임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스타전부터 PS까지…박정권의 ‘타짜 본능’

2011년 7월 23일 잠실에서 열린 올스타전. 전날 홈런 레이스 예선에서 박정권이 1위(6개)로 결선에 진출했을 때도 그의 우승을 점친 전문가는 없었다. 그러나 박정권은 홈런 레이스 결선에서 7개를 펜스 밖으로 날려 보내며 2011홈런왕 최형우(삼성·4개)를 제쳤다. 상금 300만원을 받은 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박정권의 소감은 간단했다. “첫 번째 올스타전 출전이라 즐기려는 생각뿐이었다.” 굵직한 경기만 되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를 가리켜 SK 구단 관계자는 “크게 걸리는 경기, 내기에는 특히 강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른바 ‘타짜 본능’이다.


○PS의 경기당 홈런·타점은 정규시즌의 2배

16일 PO 1차전에 앞서 “긴장이 뭐예요?”라고 되물은 장면은 박정권이 가을에 강한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박정권은 2004년 데뷔 이후 페넌트레이스 679경기에서 타율 0.265, 75홈런, 309타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홈런은 0.11개, 타점은 0.46개다. 그러나 포스트시즌(PS) 37경기에선 타율 0.375(PS 100타석 이상 타자 중 통산 1위), 9홈런, 33타점을 올렸다. 경기당 홈런은 0.24개, 타점은 0.89개다. 가을바람이 불면 그는 2배나 강한 타자가 됐다.


○우익수∼1루수, 수비활용도도 A급…PS 37연속경기 무실책

뛰어난 타격실력에 가려진 박정권의 또 다른 강점은 수비능력이다. 그는 우익수와 1루수를 번갈아가며 볼 수 있는데, 두 포지션에서 모두 수준급의 수비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프로에서 극히 드문 경우다. 특히 박정권의 1루 수비는 8개 구단 어느 선수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감독 입장에선 박정권이란 멀티플레이어 덕에 선수활용의 폭이 넓어진다. 팀 전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PS에서 이런 장점은 더 빛을 발한다. PO 1차전에서 SK 이만수 감독은 좌투수에 강한 모창민을 선발 1루수로, 박정권을 우익수로 기용했다. 6회말 박정권의 적시타로 2-1이 되자, 이 감독은 7회초부터 1루수 모창민을 임훈으로 교체해 우익수로 세웠다. 우익수 박정권의 포지션은 1루수로 변경했다. 리드 상황에서 수비를 강화하는 전술. 박정권의 폭넓은 활용도를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박정권은 PS 37연속경기 무실책 행진도 이어갔다.


○SK 박정권=내가 결승타를 쳤다는 사실보다는 팀이 첫 판에서 이겨서 앞으로 시리즈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됐다는 게 기분 좋다. 안타를 딱 한 개 쳤지만, 마침 그게 승부를 결정짓는 안타라서 보람은 있는 것 같다. (가을에 강한 이유는) 사실 별다른 게 없다. 봄·여름에 못 치니 가을에라도 잘 쳐야 하지 않나(웃음). 다만 포스트시즌이라고 특별히 긴장하는 게 없이 덤덤하게 임하는 건 있다. 매 경기 똑같이 집중하고 준비하지만 그 긴장이 넘치느냐 아니면 적절하게 유지되느냐에 달린 것 같다. 2차전도 변함없이 열심히 준비하겠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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