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도둑들’…1000만 영화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2-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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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해 두 달 차이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아래)과 ‘광해, 왕이 된 남자’. 사진제공|쇼박스·CJ E&M

사상 첫 같은해 영화 두편 1000만 기록
올해 한국영화 관객 1억명 돌파 견인

영화계 “스크린 독과점 결과” 입모아
“경쟁 기회조차 못 얻는 불공평한 시장”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같은 해 개봉한 영화 두 편이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병헌·류승룡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감독 추창민)가 20일 누적 관객 1004만1566명을 기록했다. ‘도둑들’이 8월 중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나온 또 하나의 흥행 기록이다.

이 같은 한국영화 흥행세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한국영화 관객수가 처음으로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가 1억8000명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영화를 택한 셈이다.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호황이다.

같은 해 1000만 영화 두 편이 탄생한 건 2004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2006년 ‘왕의 남자’와 ‘괴물’에 이어 세 번째. 하지만 ‘실미도’는 2003년 말, ‘왕의 남자’는 2005년 말에 각각 개봉했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해 개봉한 두 작품의 1000만 동시 돌파는 올해가 처음이다.

‘광해’와 ‘도둑들’ 개봉일 차이는 50여 일에 불과하다. ‘도둑들’이 개봉한 7월부터 ‘광해’가 1000만 관객을 넘은 이달 중순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이 한국영화를 선택했다. 이 때문에 ‘광해’의 경우, 배우들의 열연과 연출력의 호흡, 권력과 백성의 관계에 대한 시선 등 영화 자체의 힘이 관객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유난히 한국영화 흥행작이 많았다. 상반기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연가시’가 차례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반기에는 1000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그저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영화 흥행작이 연속해 나오는 데는 대기업 배급사와 그 계열인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이어지는 ‘스크린 독과점’이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해’는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면서 국내 전체 스크린 절반에 해당하는 1000여 개를 싹쓸이했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계열 극장인 CGV를 통해 ‘광해’를 적극 홍보했고 관객이 많이 몰리는 주요 시간대에 영화를 전면 배치했다. 제작비가 63억 원인 ‘광해’가 마케팅에 쏟아 부은 돈은 3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같은 시기 개봉한 영화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경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공평한 시장 환경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은 늘어날지 몰라도 다양한 한국영화를 만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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