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일본] 3 vs 16…‘철퇴축구’는 없었다

입력 2012-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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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감독. 스포츠동아DB

울산현대, 대회 1차전 몬테레이에 1-3 패
유효슛 단 1회…볼점유율도 41%에 불과
김호곤 “우리 몫 못해…경험부족 아쉽다”

12일 같은 장소에서 5, 6위 순위 결정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평정한 울산현대의 2012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여정은 첫 걸음부터 삐걱거렸다. 한 때 조심스레 꿈꿨던 지난 시즌 유럽 최강 첼시(잉글랜드)와의 ‘꿈의 대결’도 무산됐다. 울산은 9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 몬테레이(멕시코)와 대회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창단 후 처음 클럽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 부족했다. 전반 9분 상대 미드필더 헤수스 코로나에 첫 골을 내준 울산은 후반 32분과 39분 골게터 세자르 델가도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울산은 후반 43분 이근호의 중거리 슛으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이미 승부는 갈린 뒤였다. 울산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5, 6위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사라진 철퇴 축구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경기장 믹스트존을 빠져나오던 울산 선수들의 표정은 아주 어둡지는 않았다. 침통함도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시아 클럽 무대와 K리그에서 울산이 자랑한 ‘철퇴 축구’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허탈함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울산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FIFA가 배포한 매치 리포트에 적힌 3(울산)-16(몬테레이)이란 슛 횟수가 이를 증명했다. 이 중 서로의 골문을 향한 유효 슛은 울산이 1회, 몬테레이는 10회였다. 볼 점유율도 울산이 41%에 불과했다. 실제 경기 시간(Actual playing time)도 울산은 21분에 그친 반면, 상대는 30분을 기록했다. 아시아 대륙을 평정하며 10승2무란 경이적인 기록을 올렸던 울산이 북중미 특유의 템포에 휘말린 셈이다. 효율적이던 ‘견고한 수비 후 빠른 역습을 통한 한 방’이란 울산의 고유 공식은 완전히 사라졌다.

선수단 모두가 스스로의 플레이를 못했다는 걸 답답해했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상대가 잘한 것도 분명하나 우리의 몫을 못했다. 나름대로 상대를 분석했고, 대비했는데 경험 부족에서도 아쉬웠다”고 했다. 울산은 코치를 현장에 파견하는 등 자료를 분석하고 노력했지만 몬테레이는 무려 3주 간 휴식을 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몬테레이 빅토르 부세티치 감독은 “한 달간 상대를 분석했다”고 했다. 전날만 해도 “울산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했던 이들이다. 이근호와 김신욱은 “정말 상대가 준비를 많이 한 듯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프타임 때도 울산 선수들은 잘잘못을 탓하기보단 ‘색채 살리기’에 신경 썼다. 평소 말이 없는 주장 곽태휘도 화이트보드에 직접 위치를 그려가며 후배들과 후반을 대비했다. 하피냐와 김신욱을 향해 “상대를 전방부터 쪼아(압박)대라”고 했던 그는 “생각한 것과 (현장은) 달랐다. 몬테레이 선수들의 개인기는 좋지만 오늘은 우리가 못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울산의 강점인 압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90분 혈전이 진행되는 동안 울산 벤치에서는 고성보다는 탄식이 흘렀다. 교체 카드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부상으로 출전 엔트리에서 빠진 다용도 수비수 강민수의 공백도 컸다. 후반 11분 왼쪽 풀백 김영삼을 이재성으로 교체하면서부터 꼬였다. 져도 아름다운 패배를 기대했던 울산에 이날은 올 시즌 가장 아쉬운 하루였다.


○울산 김호곤 감독

너무 아쉽다. 첫 골을 먼저 내준데다 교체 카드를 쓰는데 고민이 너무 많았다. 결과적으로 교체도 제 때 이뤄지지 못했다. 내가 부족했다. 상대를 많이 분석했는데, 우리의 플레이를 보이지 못한 게 더 안타깝다. 아시아 대회에서 우리가 보인 공수 균형과 수비 조직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아시아 축구가 많이 발전한 건 맞다. 좋은 경험을 했다. 우리로선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세계 축구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했지만 다가올 순위 결정전에서는 우리의 경기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 아시아 축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직접 증명하겠다.

도요타(일본)|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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