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토크] 정민철-이상민 “우리가 함께 클럽 뜨면 난리 났었죠”

입력 2012-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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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정민철 코치(왼쪽)와 프로농구 삼성 이상민 코치가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 농구와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인 이 코치와 정 코치는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용인|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한화 정민철 코치

고교시절부터 인연…대학때 같이 놀다 친해져
상민이는 매력적 시크남…나는 훈남이고…

화려한 선수생활 잊고 초보 코치 전념
나태한 모습 보이기 싫어 항상 체중조절도…


삼성 이상민 코치

민철이와 2년만에 만남에도 전혀 어색함 없어
돈 문제로 등 돌리지 않는다면 평생 친구

난 아직 배우는 코치…골프 함께 칠 짬도 안나
야구처럼…선수들에게도 프로 마인드 강조


야구인과 농구인 사이에는 유독 끈끈한 우애를 자랑하는 ‘절친’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의 우정을 공식화하기 위해 스포츠동아가 나섰다. ‘Baseball&Basketball 절친 토크’ 첫 회의 주인공들은 1972년생 동갑내기이자 ‘20년 지기’인 프로야구 한화 정민철 코치와 프로농구 삼성 이상민 코치다. 두 사람은 이미 야구·농구계에 ‘절친’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헤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 삼성 썬더스 이상민 코치가 숙소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자 훤칠한 몸매의 신사가 반가운 인사말과 함께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한화 이글스 정민철 코치였다.

○야구선수는 농구를 좋아해!

정민철(이하 정)=잘 지냈어? 이렇게 눈 오는 날 친구가 여기까지 왔는데, 반가운 표시라도 좀 해주면 안 되냐?

이상민(이하 이)=하여튼 이 자식은 시작부터 말이 많다니까.

기자=두 분 얼마 만에 만나시는 거죠?

정=상민이 미국 가기 전에 골프 칠 때 보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기자=그럼 2년도 넘었겠네요. 어색함은 없나요?

정=에이∼. 그런 건 전혀 없죠. 우리 공(골프) 한 번 쳐야 하는데. 요즘 좀 쳤어?

이=말도 마라. 공 칠 시간이 없어. 5월 8일에 한국 들어와서 용병들 자료 찾아보고, 시즌 준바하느라 정신 없었어. 300명 넘게 영상을 보는데, 정작 트라이아웃 하면 100명도 안나와. 허무해.

정=용병 분석 엄청 하는구나. 농구는 센터들을 뽑는 것 아닌가?

이=너네(야구)는 전부 투수 뽑잖아. 농구는 일단 빅맨 선발이 우선이야.

정=우리 팀에도 빅맨 하나 있어. 김주(2m)라고…. 걘 ‘농구나 하지 그랬냐’는 소릴 제일 싫어해. 하하하.

이=또 실없는 소리 한다.

기자=이 코치님이 홍대부고 시절 대전고로 연습경기를 가면서 인연이 닿았다고 들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친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친해지셨나요?

이=그때는 서로 알고는 있는 정도였어요.

정=사실 진짜로 친해지게 된 건 대학 때에요. 연세대에서 야구하는 친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상민이와 어울릴 수 있었죠. 같이 놀러 다니다가 친해졌어요. (나이트)클럽도 다니고…. 그동안 기사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해서 20년 지기라고 나왔잖아요. 그게 아름다우니까, 그냥 그런 걸로 하시죠.

이=희한하게 농구부랑 야구부랑 친해지는 일이 많아요. 연대 있을 때도 안희봉(전 KIA·2001년 은퇴) 같은 친구들하고는 친했어요. 투수들은 3∼4학년이 되면 스냅 연습한다고 농구 체육관 와서 슛만 쏘다가 가는 일도 많았고요. 농구 잘하는 선수들도 꽤 있어요. SBS ESPN에서 해설하는 김정준 해설위원 있죠? 그분 농구 잘해요.

정=정준이 형은 야구보다 농구를 더 잘한다고 했어요.(웃음) 저도 잘해요. 내가 농구했으면 이상민 그냥 밟아 버렸을 걸?

이=넌 키가 크니깐 포워드 해야지. 포워드 했으면, (문)경은이 형한테 밀려서 매일 벤치에 있다가 은퇴했겠다.

○‘아이돌’ 농구스타와 ‘훈남’ 야구스타

기자=두 분이 함께 클럽 다니면 인기가 많았겠어요. 특히 당시 이상민 코치 인기는 거의 ‘아이돌’ 급이었잖아요?

정=난리 났죠. 이상하게 상민이는 인기가 좋아요. 한번은 제 와이프 예전 앨범을 본 적 있는데, 연대 농구 유니폼 입고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요. 그 때 슬쩍 상민이 팬이었다고 고백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상민이가 잘 생긴 편이 아니잖아요.

이=맞아. 나는 잘 생긴 편은 아니지. 그냥 남들은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하던데. 하하하. 넌?

정=나는 전형적인 ‘훈남’이지.

이=또 저런다, 또.

기자=야구와 농구 시즌이 반대다 보니, 오래 알고 지냈어도 서로 만날 기회는 얼마 없지 않았나요?

정=연락은 좀 해도 몇 번 만나지는 못했죠. 상민이가 대전 현대(KCC 전신) 시절에는 몇 번 농구장도 가서 보긴 했어요. 용병 (제이) 데이비스(1999∼2002년·2004∼2006년 한화)도 농구를 좋아했는데, 내 친구가 유명한 농구선수라고 자랑도 꽤 했어요.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농구 하다 발목 돌아가서 전지훈련 못간 선수도 있었어요.

이=민철이가 가끔 우리 숙소로 와서 차 한 잔 하기도 하고, 거꾸로 민철이가 표 얻어줘서 야구장에 가기도 했죠. 대전도 갔었고, 잠실도 한 번 갔었고. 연대 동기 문동환(현 두산 코치)이가 던지는 경기였나….

정=제 등판 경기가 아니어서 상민이 온다고 유니폼 입고 관중석까지 올라갔었죠. 그런데 자리가 잠실구장 약간 사이드 쪽이었어요. 까칠한 녀석이라 뭐라 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보자마자 “이건 아니잖아” 하더라고요.

○은퇴식에서 눈물 흘린 두 전설

기자=이 코치님은 정 코치님 은퇴식에 참석했잖아요? 친구의 은퇴식을 보니 어떻던가요?

이=갈 마음이 없었는데, 사정사정하더라고요.(일동 폭소) 죽는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친구 은퇴식이니 가게 된 것이죠.

정=나 은퇴한다고 경기장 찾은 팬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 흘리는 타이밍인데, 화면에 상민이가 잡히니까 곧바로 관심이 상민이한테 쏠리더라고요. 팬들 눈물도 쏙 들어가고…. 녀석이 스타는 스타에요.

이=에이, 뭘 또 그랬냐. 웃기지마.

정=상민이가 와줘서 은퇴식이 더 빛날 수 있었어요. 은퇴식 전에 만났는데, 보자마자 “창피하게 울지 말아라”라고 하더라고요. 뭐, 축하인사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하여튼 까칠해.

이=허재(현 KCC 감독) 형이나 (조)성원이 형 은퇴식을 봤었는데, 야구장에서 은퇴식을 보니 또 기분이 달랐어요. 야구는 은퇴식을 하는 문화가 잘 정착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진짜 멋있게 하더라고요.

정=한화가 은퇴식 하나는 끝내주지. 다른 팀은 그냥 가운데서 선수만 우는데, 한화는 관중들이 다 감정을 공유하도록 연출을 잘해주잖아요. 상민이가 뭐든지 인정을 잘 안하는 편인데, 은퇴식은 깔끔하게 인정하네요. 하하. 근데, 정작 상민이는 본인 은퇴식에선 울었다면서요?

기자=이 코치님은 구단이 아니라 팬들이 해준 은퇴식이었죠. KCC에서 이 코치님 없이 영구결번식만 했었죠.

정=아…. 그랬었구나. 네 팬들이 기념 영상 찍는다고 연락오고 그랬는데. 나한테 울면 창피하다고 하더니 넌 왜 울었냐?

이=팬들이 연대 시절부터 은퇴할 때까지 내가 입었던 유니폼을 천장에 쫙 걸어놓은 거야. 그걸 보니깐 옛날 생각이 쫙 지나가면서 눈물이 나더라고.

정=맞아. 회상에 젖으면 눈물이 나더라.

○초보 코치들의 합창

기자=종목은 다르지만 최고의 선수에서 지도자라는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해주세요.

정=저는 선수들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고 울고 웃으며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해왔어요. 선수 시절을 생각해서는 안 되죠. 저를 거울 삼는 애들도 있어요. 선수들보다 먼저 출근해서 일일이 몸 상태 체크도 하죠. 사소한 것이라도 선수들에게는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체중 조절도 하는 편이고요. 근데 넌 코치가 되어도 왜 살이 안찌냐? 당뇨야?(일동 폭소)

이=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저는 김동광 감독님이나 김상식 코치에게 아직 배우는 단계에요. 다만 선수들에게 프로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어요. 야구에 비해 농구는 아직까지 프로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아요. 팀에서 야간운동을 시키고는 있지만, 사실 그런 건 본인이 스스로 느껴서 운동해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코치들이 시키는 걸 하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죠.

기자=마지막 질문입니다. 정민철 코치에게 친구 이상민이란?

정=종목은 다르지만 이상민이라는 최고의 선수가 친구였기 때문에 저도 거기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인생의 동기부여가 되는 친구라고 할까요?

기자=이상민 코치에게 친구 정민철이란?

이=민철이랑 똑같은 생각이에요. 이제 둘 다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으니, 서로 노력하고 인정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정=돈 문제로 등 돌리지만 않는다면 평생 친구지 뭐.

이=꿔줄 돈도 없다.(웃음)

정=오랜만에 봤는데 술 한 잔 해야지?

이=우리 오늘 게임 있다니까. 술은 무슨.

정=경기 하루 종일 하냐. 이럴 때 한 잔 하는 거지.

이=(홍보팀 직원에게) 경기장 벤치 옆에 민철이 술상 하나 봐놔.

정·이=하하하.

정민철 코치는?

▲생년월일=1972년 3월 28일
▲키·몸무게=187cm·81kg(우투우타)
▲출신교=대전 신흥초∼충남중∼대전고
▲경력=1992년 빙그레∼2000년 요미우리∼2002년 한화∼2010년 한화 코치
▲프로통산 성적=161승(역대 2위)128패10세이브, 방어율 3.51, 2394.2이닝(역대 2위), 1661탈삼진(역대 4위)
▲비고=한화 영구결번(23번)


이상민 코치는?

▲생년월일=1972년 11월 11일
▲키·몸무게=183cm·80kg
▲출신교=성북초∼홍대부중∼홍대부고∼연세대
▲경력=1995년 현대전자(실업), 1998년 현대 다이냇∼2001년 KCC∼2007년 삼성(2010년 4월 은퇴), 2012년 삼성 코치
▲국가대표 경력=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로통산 성적=13시즌 581경기 5675점 1952리바운드 3588어시스트 881가로채기(1991∼1992시즌 농구대잔치 신인왕, 1997∼1998시즌·1998∼1999시즌 정규리그 MVP, 2003∼2004시즌 챔피언 결정전 MVP)
▲비고=KCC 영구결번(11번)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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