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데뷔 10주년’ 강산은 변해도 ‘노을’은 그대로

입력 2012-12-28 15: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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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그룹 노을이 데뷔 10주년 및 크리스마스 기념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노을(이상곤·31, 전우성·31, 나성호·30, 강균성·30)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스포츠월드(구 88체육관)에서 콘서트 ‘엑스 다이어리’(X-Diary)를 개최하고 팬들과 지난 10년을 추억했다. 오후 7시가 넘어 시작된 공연은 3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과거 영상이 먼저 팬들을 맞이했다. 지난 활동을 비추는 영상과 함께 멤버들의 앳된 모습이 공개돼 노을이 등장하기도 전에 팬들의 환호성은 대단했다. 함성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던 중 어둡기만 한 무대에서 노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네 사람은 ‘감성 보컬’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그룹다운 면모를 뽐내며 최근 발매한 ‘하지 못한 말’과 히트곡인 ‘인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캐럴로 팬들과 마주했다.

또 노을은 노래 이외에도 네 멤버들이 서로 주고받는 깨알 같은 멘트와 농담으로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콘서트의 몰입도를 높였다.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다”는 노을은 “10년이 지나도 하나도 변한 게 없죠?”라며 관객들에게 주입식 공감대를 형성하려 애썼다. 관객들의 대답은 “네”보다 큰 웃음이었다. 이에 강균성과 나성호는 이 웃음을 고스란히 리더 이상곤에게 전가했다. 이상곤은 팬들 사이에서 성형 수술(코) 의혹이 제기된 유일한 멤버다. 이상곤은 “왜 날 보냐”며 부지런히 분위기 반전에 힘썼다.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10년의 내공은 가창력은 물론 멤버들의 짓궂은 장난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어 히트곡 무대가 이어졌다. ‘붙잡고도’, ‘전부 너였다’, ‘나무’, ‘여인’, ‘그리워 그리워’ 등 감성 발라드곡이 노을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관객을 만족시켰다.

팬들을 위한 이벤트 역시 눈에 띄었다. 열창하던 노을 네 남자는 갑자기 무대 밑으로 내려와 공연장을 돌며 팬들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일일이 악수를 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모두를 놀라게 한 건 그들이 무대로 돌아가는 막바지 부분이었다. 멤버들은 갑자기 여성 팬 한 명을 무대로 초청했다.


여성 팬을 무대 위 벤치에 앉힌 노을은 흘러나오는 노래 파트에 맞춰 여성 팬에게 끼를 부렸다.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멤버들은 목도리와 털모자, 꽃다발 등 선물 공세를 펼쳤고, 이상곤은 여성팬의 무릎에 동의 없이 머리를 베고 누워 열창했다.

또 노을은 지난 10년간 멤버들이 팬 카페나 SNS를 통해 남겼던 글을 적어와 팬들에게 읽어주며 재미를 더했다. 4차원의 글을 적은 전우성, 엉뚱하면서도 재미난 글로 팬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강균성 나성호, 자신이 준비했다며 멋진 글만 찾아온 이상곤까지 노을은 콘서트 슬로건처럼 팬들과 지난 10년간의 엑스 다이어리를 공유했다.

네 남자는 4人 4色 보컬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노을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솔로 무대도 준비했다. 콘서트를 위해 직접 제작한 단편 뮤직비디오와 함께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이상곤이었다. 그는 ‘돌아가는 길’로 자신만의 매력을 힘껏 발산했다. 이어 등장한 전우성은 ‘만약에 말야’ 열창했고 강균성과 나성호는 각각 ‘날 웃게 하는 건’, ‘빛’을 불렀다.

노을의 가장 큰 매력은 스페셜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MBC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하며 선배 가수 임재범·이소라 등의 성대모사와 분장으로 팬들의 배꼽을 빠지게 했던 노을은 이번엔 ‘응답하라 1997’을 패러디했다. 멤버들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그룹 쿨의 ‘올 포유’, 엄정화의 ‘초대’, HOT의 ‘캔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싸이의 ‘강남스타일’ 무대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콘서트의 분위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노을은 지난 연말 콘서트완 달리 긴 공백기에도 그들을 굳건하게 지켜줬던 명곡 ‘청혼’을 쉽사리 부르지 않았다. 팬들은 대한민국 대표 축가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청혼’을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손꼽아 기다렸다. 결국 그들은 콘서트 본 공연이 모두 끝나고 앙코르 무대에서 ‘청혼’을 열창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노을은 2002년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이 기획한 4인조 보컬그룹으로 데뷔해 ‘붙잡고도’, ‘전부 너였다’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얻다 돌연 오랜 시간 동안 활동을 접었다.

그 사이 멤버들은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솔로활동과 사회생활, 뜨거운 사랑을 끝낸 멤버도 있다. 팀 해체설도 돌았지만 지난해 ‘그리워 그리워’로 5년여 만에 돌아와 음원사이트 및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편 이날 콘서트에서도 노을은 호소력 강한 음색과 안정된 고음으로 그들의 1집 인트로 곡인 ‘노을은 해가 토해낸 피다’라는 제목처럼 팬들과 함께 지난 10년간의 세월을 무대 위에서 끝없는 감성으로 토해냈다. 노을의 다가올 10년을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ITM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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