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시영은 “주인공으로서 책임감, 현장이 주는 짜릿한 느낌을 처음 알았다”며 뿌듯해 했다. 곧 인천시청 복싱팀에서 운동에 매진하고 5월엔 다시 영화 현장으로 돌아온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배우 이시영, 주인공으로서 책임감 이제야 깨달아
아이돌도 아닌데 팬들 ‘밥차’ 선물도
복서 이시영, 복싱팀 입단…목표는 내년 AG 출전
얼굴 다칠까봐 걱정 안 되냐구? ‘…’
“팬클럽 회원도 몇 명 안 남았어요. 늘지도 줄지도 않고. 하하!”
“팬들이 촬영장에 밥 차 해오면 ‘헉’ 겁부터 나요. 돈도 없을 텐데.”(웃음)
“복싱할 때 얼굴 다칠 걱정 안 하느냐고요? 그 질문엔 말문이 턱 막혀요.”
“저예산이라고 해도 제작비 30∼40억원인데…. 그 돈 ‘말아먹을’ 순 없잖아요. 흑.”
연기자 이시영(31)은 “속마음을 꺼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말이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오는 경험이 반복된 탓이다. 이시영은 “마음을 터놓기 어렵다”고 했지만 정작 그는 여느 여배우들보다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꺼낼 줄 알았다. 비록 그 방식이 아직은 서툴지라도. 그러면서 “전부 다 나를 좋아하길 바라지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도 했다.
복싱하는 연기자 이시영은 최근 한층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새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이하 남사용)의 2월14일 개봉과 함께 최근 인천시청 복싱팀 입단 소식을 알리면서 쏟아진 관심이다.
복싱팀에 입단한 이유부터 물었다.
“감히 (입단을)꿈이나 꿔 봤겠나. 그 쪽에서 큰 뜻으로 나를 받아준 거지. 영광인데…. (옆에 있던 매니저 눈치를 살피면서)매니저는 암울해 한다.(웃음) 솔직히 운동으로는 말을 아끼고 싶다.”
운동을 하기엔 늦은 나이, 연기자라는 특수한 신분에 입단을 결정한 건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목표는 국가대표. 체급을 52kg까지 올리고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목표를 세웠다. 다리 부상이 낫는 대로 팀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한다.
“얼굴 다칠까봐 걱정 안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질문엔 말문이 턱턱 막힌다. ‘걱정 된다’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나. 그런데 내 말을 들을 다른 (복싱)선수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자선수들이라면 다 똑같은 걱정을 할 텐데. 그렇다고 걱정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다. 영화 관계자들은 나를 또 어떻게 받아들일까. 휴!”
배우 이시영과 복서 이시영(아래쪽). 사진|영화사 소풍·동아닷컴DB
이시영은 팬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스타로 유명하다. 이시영이 팬들과의 모임에서 새벽 5시까지 맥주 파티를 벌인 일화는 온라인에서도 유명하다. 팬들을 “정예부대”라고 칭한 그는 “이제는 몇 명 안 남아서 더 친하다”며 웃었다.
“팬들과 좋아서 놀았는데 그 모습이 공개되면서 팬들도 미안해했다. 내가 그랬지. ‘괜찮아. 이제 너희 안 만나면 돼’ 하하! 밥차 선물을 촬영장으로 보내면 돈 걱정부터 든다. 아이돌 팬클럽도 아니고.”
이시영은 그 스스럼없는 성격을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내고 있다. ‘남사용’ 역시 그렇다. 연애 숙맥인 주인공 보나(이시영)가 우연히 ‘연애 비법’이 담긴 비디오를 손에 넣은 뒤 ‘퀸카’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린 이 영화를 두고 이시영은 “주인공으로서 책임감, 현장이 주는 짜릿한 느낌을 처음 알았다”고 돌이켰다.
“비슷한 로맨틱 코미디를 거부한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대부분 공식이 비슷하잖나. 여주인공이 변화를 겪고 성장하는 이야기. 그래서 때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이 영화는 다르다. 한 번도 볼 수 없던 독특한 장르이니까.”
이시영은 5월에 공포영화 ‘이야기’로 관객을 찾는다.
“운동한다고 연기에 소홀하겠다는 게 아니다. 아직 시나리오를 많이 받는 입장은 아니지만 주어진 것들 안에서 최선을 다해 신중하게 고르려고 한다. 연기 변신? 해보지 않은 게 더 많아 뭘 해도 변신일 텐데.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